아이와 함께 스키야끼(すき焼き) : 도쿄 긴자(銀座)에서 저렴하게 스키야끼(すき焼き) 먹기, 사브리나(左舞璃菜)
12월에는 스키야끼가 먹고 싶다.
연말연시가 되면 왠지 스키야끼가 먹고 싶어 진다. 올 해도 일본 도쿄에서 열심히 살았다는 보상이라고 할까. 아이들과 함께 외식하기에도 좋고, 손님 접대하기에도 좋은 스키야끼. 매년 12월에는 긴자에서 외식도 하고, 돌아갈 때는 마루노우치(丸の内) 쪽으로 이동해서 멋진 일루미네이션과 마루건물(丸ビル)의 특별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구경하고 나서 도쿄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게 최근 몇 년간의 우리 집 12월의 이벤트 중 하나이다. 이유는 12월에는 도쿄 여기저기에서 일루미네이션 장식으로 유명한데, 그중에서 마루노우치 장식을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외출한 김에 외식까지 하고 오는 것이다.
스키야끼는 어떤 가게를 가도 저렴하지 않다. 비싼 편이라서 사실 자주 사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다. 자주 사 먹고 싶지도 않다. 이것도 이유가 있는데, 사실 너무너무너무 달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먹을 때는 좋긴 하지만, 자주 먹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메뉴이다.
그런 스키야끼를 올해 12월에는 어디에서 먹을까 고민하면서 구글맵을 보다가 아주 우연히 찾았다. 일본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다는 긴자에서 아주 저렴하게 스키야끼를 팔고 있는 가게를 찾았다. 이름도 특이하다. 사브리나(左舞璃菜)라고 읽는 이름도 어려운 가게였다.
[가게 정보] 사브리나(左舞璃菜)
左舞璃菜 鳳 (銀座/鍋)
★★★☆☆3.19 ■【銀座駅4分】落ち着きのあるお洒落空間で、A5黒毛和牛のサーロインを堪能!接待にも◎個室有 ■予算(夜):¥3,000~¥3,999
tabelog.com
잇큐 레스토랑(一休レストラン)을 통해 미리 예약해놨다.
아이와 함께 외식을 할 때는 가능하면 예약을 미리 해놓는다. 그래야 개인실이 준비되어 있는 가게는 개인실을 이용할 수도 있고, 아이용 의자나 그릇 등을 미리 세팅해 주기도 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언제나처럼 타베로그 혹은 잇큐 레스토랑을 통해서 예약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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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서 저렴한 스키야끼를 먹을 수 있다니.
긴자에서 저녁 식사로 스키야끼를 먹으려면 보통 한 사람에 1만 엔 정도는 지불해야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유난히 스키야끼라는 메뉴가 일본에서 꽤 비싼 외식 메뉴 중에 하나인데, 그것도 저녁에 먹으면 점심 식사보다 비싸고, 거기에 긴자에서 먹는다고 하면 더 더 비싼 메뉴가 된다.
그런데, 점심 런치를 먹는 것처럼 한 사람에 3000엔대의 스키야끼를 제공하는 가게가 아니던가. 여기를 안가볼 수가 없기에 얼른 잇큐 레스토랑을 통해 예약을 하고 아이와 함께 스키야끼 디너를 즐기고 왔다.
사브리나는 긴자역에서 도보 5분 정도의 거리지만, 메인 스트리트가 아닌 살짝 안쪽 길에 있는 가게라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한적한 거리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에는 건물에 있는 각종 레스토랑의 쓰레기들을 모아놓는 커다란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참 예의 없는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 건물 주인이 중국인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브리나 5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말 도쿄에 오래 살면서 내가 느낀 그대로의 느낌... 접객을 하는 모든 스텝이 중국인이었다.
나중에 식사를 하면서 느낀 건, 아마도 이 가게는 스키야끼 전문점은 아닐 것이다. 고기 종류의 여러 가지 음식을 파는 곳인데, 그중에 스키야끼와 샤브샤브도 있는 것이고, 일단 디너에는 스키야끼와 샤부샤부가 메인 요리이기는 했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느낌이 계속 들었는데, 손님 중에는 4,5명의 단체로 중국인이 있기도 했다.
맛을 평가하자면, 나쁘지 않다. 1인당 3000엔 대의 스키야끼를 긴자에서 먹는것치고 그냥 보통의 스키야끼, 어디에서나 맛있게 먹을수 있는 스키야끼였다. 고기의 질이 떨어지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랄까, 약간 고액의 스키야끼 전문점을 가면 느낄 수 있는 일본 특유의 정중한 서비스는 이 가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스키야끼 세팅이 끝나고 나서 가게 점원이 첫 고기와 야채는 익혀주지만, 그 이후로는 개인이 다 구워야 했다. 점원은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은지, 아이용으로 시킨 오렌지 주스에 빨대(ストロー)를 달라고 하자, 아이 스푼을 가지고 온다든지, 스푼을 달라고 한 때는 아이용 컵을 가지고 온다든지. 약간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긴자에서 이 정도 금액의 스키야끼를 먹는 것니까!라는 생각으로 모든 서비스가 용서되었다. 그야말로 스키야키로는 가성비 맛집이다.
코스 중에는 밥과 우동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우동으로 선택하고 아이들을 위해서 밥 하나를 추가했다. 첫째 아이는 밥파라서 밥과 고기를 맛있게 먹어주었고, 둘째 아가는 면파라서 우동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다.
돌아가는 길에 본 마루노우치 일루미네이션을 올해도 아주 예뻤다. 긴자에서 생각보다 저렴하게 저녁 식사도 맛있게 했고, 일루미네이션으로 좋은 구경도 했고.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누우니 아이들을 금방 잠들었다.
평화로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