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여행하다 보면 꼭 챙겨야 할 게 여러 가지 있다.
연령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았다면 여유 있게 기저귀가 필수적이고, 아이용 손수건과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자기 전용 숟가락을 찾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장난감과 보리차, 우유, 간식거리 등등 아이의 성향에 따라서 챙 길거리는 주양육자가 잘 알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시에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아이의 낮잠 시간이다.
아직 만2살(올해 만 3살이 된다)인 우리 아이는 항상 보육원(保育園, 한국의 어린이집과 같다.)에서 오후 12시부터 15시까지 낮잠 자는 시간을 갖는데, 주말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노는 게 즐거운 건지 도통 그 시간에는 잠들지 않고 2,3시에 잠들기도 한다.
여행을 갈 때 아이의 낮잠 자는 시간을 고려해서 이동 동선을 짜게 되는데, 이게 참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 날이 훨씬 많다. 아이와 함께 다닐 걸 생각해서 오전중에 이동과 관광을 끝내고, 12시 전에 점심을 먹이고 나서 이동할 때 아이가 낮잠을 자면 베스트이지만, 대부분은 졸리다고 투정,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리다가 시간만 지나버리는 때가 있다.
이번 여행이 그랬다.
아이는 이미 아침 비행기로 인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고, 평소보다 비행기 타는 시간을 싫어해서 한참을 울었고, 아침식사로 준비해간 샌드위치나 바나나 등 제대로 먹지를 않았다. 졸리고, 무섭고, 배고픔을 한꺼번에 느껴서일까. 평소의 생활리듬이 깨진 아이는 오키나와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짜증 내는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사실 그렇게 마냥 즐겁지가 않다. 이것저것 보고 싶은 엄마, 아빠의 욕심은 모두 버려야 하고, 짜증 내면서 안아달라고만 하는 아이를 안고 돌아다니면서 달래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슬슬 저녁 먹는 시간이 되어왔기 때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피자를 먹으면 배도 좀 채워지고,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정말 차가 없이는 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한 '피자 카페 카진호(ピザ喫茶 花人逢)'였다. 이번 여행을 위해 구글 지도에서 먹을 곳을 찾다가 리뷰를 보고 알게 된 가게인데, 따로 일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 꽤 유명한 가게였다. 작은 산 위에 지어진 옛날 집(고민가, 古民家)을 개조해서 영업 중이 '피자 카페'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탁 트인 해변가를 볼 수 있었다. 거의 절벽이라고 표현해도 될만한 산 언저리에 어떻게 이런 집을 짓고 살았던 걸까. 뷰 만으로도 눈이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오후 7시에는 영업을 종료하는 곳이기 때문에 오후 5시쯤 찾아갔는데, 시간 때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손님이 많지 않아서 좋았다.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고, 바다 뷰를 보면서 아이가 열심히 뛰어 노는걸 바라보며 잠시 평화를 만끽했다.
하지만 '피자 까페'라는 글 때문에 피자의 종류가 몇 개 될 것을 기대했으나, 메뉴판을 받고 깜짝 놀랐다.
먹을거리로 나와있는건 피자가 중, 소 사이즈로 오직 한 가지 피자 메뉴뿐이고, 샐러드도 메뉴 한 가지, 사이즈 선택도 없었다. 먹을거리는 피자와 샐러드, 디저트 각자 한 종류씩, 그 외에는 모두 마실거리의 메뉴들이었다.
고민할 것도 없이 피자는 중간 사이즈로 주문하고, 샐러드와 함께 디저트로 컷팅된 망고를 시켰고 마실거리로 뭔가 특이한 게 있는지 살펴보았다. 생 아세로라로 만든 주스가 메뉴로 있어, 아이가 잘 먹을까 싶어 진저엘과 함께 주문을 완료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바닷가 뷰에 내가 멍 때리는 동안 아이가 아빠와 함께 정원을 뛰어놀았다. 잔디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나무도 멋들어지게 듬성듬성 심어놓고. '이런 곳에서 살면 정말 마음이 평화롭겠구나.'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0초도 안되어 '슈퍼가 너무 멀다.', '차가 없으면 살 수가 없네.', '태풍 오면 어쩔 거임?' 기타 등등, 절대 나는 여기서 살지는 못하겠구나 싶은 생각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샐러드와 피자가 나왔다.
아이는 마르게리타 피자 같이 심플한 피자를 잘 먹는 편인데, 카진호 피자는 미국 느낌이 물씬 나는 콤비네이션 피자 스타일이었다. 아이가 잘 먹을까 걱정을 하며 한입 주었지만, 역시나, 소시지가 있는 부분만 몇 입 먹고는 입을 떼었다.
피자도 샐러드도 사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산까지 올라올만한 맛은 아니었다. 그저 따뜻한 피자와 신선한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정도의 맛이였다. 이 가게의 매력이라면, 이런 옛날 집에서, 그리고 이렇게 높은 곳에서, 이런 바다 뷰를 보면서 피자도 먹고, 음료도 즐길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맛이 없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또 먹어 보고 싶은 그런 맛은 아니였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국인이 이곳의 생 아세로라 주스를 한 번쯤 먹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어째서, '아세로라'를 갈아 넣은 주스에서 '고추장' 맛이 날 수 있는 것인지?! 나와 남편만 그런 건지,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다.
[가게 정보] ピザ喫茶 花人逢
공식 HP http://kajinhou.com/index.html
【公式】ピザ喫茶 花人逢ホームページ
OKINAWA 古民家風カフェでピザを 沖縄の古民家風カフェで絶景を眺めながらピザを楽しみませんか!ふっくらモッチリとしたこだわりのピザはオープン当初から変わらない味を守り続けていま
kajinhou.com
이른 저녁을 먹고, 새벽에 일찍 일어난 만큼 저녁에도 일찍 잠들기 위해 오후 6시쯤 호텔에 도착했다. 도쿄보다 역시 해가 길어서인지 아이폰에 새겨진 일몰 시간은 저녁 6시 50분 이후였다. 멋진 저녁노을을 보면서 호텔에 도착할 때쯤 아이는 낮에 제대로 자지 못한 늦은 낮잠에 빠졌다.
오키나와의 첫 1박은 다음날 츄라우미 수족관(美ら海水族館) 관광을 위해 도보로도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호텔로 정했다. 코로나 전에는 한국인 관광객도 단체로 많이 이용했다는 증거가 여기저기 보이는 호텔이었다. 구글 리뷰가 한국어로 도배가 되어있는 '호텔 오리온 모토부 리조트&스파'. 대체적으로 평도 좋았고, 무엇보다 츄라우미 수족관과 가깝다는 게 이곳을 고른 큰 이유이다.
일본의 5대 맥주 안에 들어가는 '오리온 맥주'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호텔이라서 그런지 '체크인 시에 웰컴 드링크로 오리온 맥주를 준다.'는 리뷰를 한국인들이 쓴 리뷰에서 많이 보았는데, 우리가 체크인한 시간이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라서 받을 수가 없었다. 오후 5시까지 체크인을 할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호텔 정보] 호텔 오리온 모토부 리조트&스파 ホテルオリオンモトブリゾート&スパ
공식 HP https://www.okinawaresort-orion.com/
ホテルオリオンモトブリゾート&スパ【公式】沖縄美ら海水族館隣り
www.okinawaresort-orion.com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온 후 이렇게까지 호텔에 만족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일단, 일본의 여느 호텔들보다 방이 넓었다! 리조트이고 오키나와라는 지역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방도 넓고 욕실도 넓고. 바다 뷰까지 완벽했다. 아이와 함께 잘 것을 고려해서 트윈룸이지만, 침대를 움직여서 붙일 수 있는 방으로 선택했기에 그 부분도 그대로인 방이어서 더 만족스러웠다.
늦은 낮잠에 빠진 아이를 잠시 눕혀서 재우고,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서로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이동했기에 매우 피곤하긴 했지만 정성스러운 답변과 내 생각을 존중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웠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해가 모두 져버렸고,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아이를 깨웠다. 이렇게 그냥 재울 수도 있지만 이동도 많이 하고 제주도같이 돌이 많은 이곳 여기저기에서 돌 놀이도 많이 했기에 꼭! 씻기고 재울 수밖에 없었다.
이른 저녁을 먹었기에 혹시라도 출출해할 남편과 아이를 위해 1층에 준비되어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1층에서는 오키나와 기념품을 살 수도 있고 바닷가에서 놀 때 입기 편한 해변 스타일 옷들과 선글라스, 모자 등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간단한 먹을거리와 함께 마실거리도 살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고, 그 옆에서는 수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아이와 무언가 한 가지 하고 싶어 각자 팔찌를 만들었고, 먹을거리, 마실거리 등을 사서 방으로 다시 올라왔다.
아침이 되자 베란다가 서향이라서 많이 눈부시지는 않아 좋았다. 적당한 햇살을 느끼며 일어나서 베란다 커튼을 젖히자 멋진 바다 뷰와 함께 커다란 유람선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전날에는 금세 어두워져서 호텔 전경을 제대로 보지 못 했는데, 아침에 보니 굉장히 넓었다. 바로 앞에는 호텔 오리온 모토부 리조트를 이용하는 투숙객만 이용이 가능한 프라이빗 비치가 있었고, 야외풀장이 보였다. 널따란 잔디가 계단과 오키나와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야자수와 함께 잘 정돈되어 있었다.
이렇게 멋진 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피곤했음에도 요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들어서인지 6시에 눈이 떠졌고, 6시 반쯤에 조식을 먹으러 이동했다. 부지런한 여행객들은 이미 한 자리씩 자리를 잡아먹고 있었고, 우리도 대기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마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조식 시간에도 웨이팅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꽤 한산한 느낌의 레스토랑이었는데, 사실은 굉장히 넓은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여름 날씨였기 때문에 야외 테이블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코로나 중에 여행을 왔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것이 우리에게는 다행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던 건 레스토랑에서 뿐만이 아니다.
생애 처음으로 프라이빗 비치를 밟아보게 되었는데, 정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깨끗한 바다를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맘 편히 볼 수 있다니, 지상낙원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한 순간이었다.
준비해 간 슬리퍼로 갈아 신고 모래도 밟아보고, 바닷물에 발도 담가보았는데, 여름 날씨라고 해도 바닷물은 꽤 차가웠다. 모래놀이는 좋아하지만, 슬리퍼 사이로 모래가 들어가는 건 싫었는지 질색 팔색을 하는 아가가 금세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잠시 놀다가 발을 물에 헹궈주고 잔디밭으로 가니 좋다면서 열심히 뛰어놀았다. 그저 뛰는 게 좋은 거구나, 너는.
이번 오키나와 여행은 3박 4일 일정으로 기다란 오키나와 본섬에서 모토부 지역과 아메리칸 빌리지, 나하시 쪽에 1박씩 예정을 하고 왔는데, 늦게 체크인을 하고 제대로 이 리조트 호텔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워서 1박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다. 아쉬움이 많기는 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다음 여행지와 함께 짐을 싸고, 또 다른 호텔을 찾아 떠났다.
이번 여행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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