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온 지 14년이 지나고, 15년이 되어가고 있다. 영주권도 갖게 되고,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여기저기 여행도 다녔던 그동안에 물론 안 가본 곳이 더 많다. 하지만 10년 이상 살았다는 것 때문인지 주변에서 일본에 놀러 온다고 했을 때 연락을 주거나 혹은 여기저기 소개를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길게 여러 개의 섬이 이어진 나라로 지역에 따라 날씨 차이가 크다. 날씨 차이가 크다 보니, 그 지역 문화도 다르고 음식 또한 많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도쿄가 있는 관동 지역은 좀 짜게 먹는 편인 거에 비해 오사카가 있는 관서 지역은 좀 싱겁게 먹는 편이다. 그래서 오사카에 가면 [관서지방 한정]이라는 메뉴의 음료수나 컵라면 등을 볼 수 있다. 차 종류를 자주 사마시는 일본은 녹차도 관서지방인 오사카나 교토에 가면 조금 연한 녹차를 마실 수 있고, 반대로 도쿄에서는 따로 도쿄 한정이라는 글씨 없이 구입 시에 오사카보다 조금 더 진한 맛의 녹차를 맛볼 확률이 높다.
일본은 지방색이 많이 남아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의 지방 여행을 이미 많이 다녀온 사람들도 있고, 또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소개하고 싶은 계절별과 특징별로 관광지를 소개해 본다.
아기를 동반시에도 일본은 어느 지방을 가도 유아휴게실과 기저귀 갈이대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따로 메모하지 않겠다. 물론 도쿄/오사카 같은 대도시일수록 잘 되어 있다. 하지만 지방 여행을 가더라도 역에 가서 유아휴게실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하거나 어떤 관광지를 가도 유아휴게실이 준비되어 있거나 기저귀 갈이대가 준비되어 있기에 아기와 함께 여행하기 좋다. 유모차 또한 전철과 버스에서 아기를 태운 채로 탑승할 수 있다.
지금 같은 겨울 시즌에 홋카이도(北海道)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스노보드와 스키를 즐기면서 온천까지 즐기기에 아주 딱이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의 눈은 눈의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아주 폭신폭신하게 쌓인 눈이라서 넘어질 때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한다.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전에 '아이리스'라는 드라마를 통해 많이 소개된 아키타(秋田)라는 지역과 함께 아오모리(青森) 등의 동북 지역도 눈이 많이 내리고 스키장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온천과 함께 겨울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홋카이도에서 제일 유명한 눈 축제인 '雪まつり(유키마쯔리)'는 삿포로에서 1월에 열린다.
다만 개인적으로 홋카이도의 유명한 삿포로 같은 큰 도시는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만약 서울에서 사는 사람이 삿포로에 간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그랬으니.
삿포로는 홋카이도의 최대 번화가 이면서 유동인구도 많고 자동차도 많이 다니다 보니, 쌓인 눈이 아주 지저분하게 녹아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저 하루 공항 때문에 지나가는 정도로는 괜찮지만, 한겨울의 삿포로보다는 조금 더 발을 옮겨 아사히카와(旭川)라든지 후라노(富良野)라는 지역을 가게 되면 조금 더 일본 스러운 아기자기한 일본을 볼 수 있다.
아이를 동반 시에는 아사히카와에 가면 아사히야마 동물원(旭山動物園)이 필수 코스이다. 북극곰과 기린 등의 여러 동물을 산을 올라가면서 밑에서도 한번 보고, 중간 높이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한번 보면서 여러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동물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펭귄들의 산책 시간에 맞춰 가는 걸 추천한다. 해가 짧은 겨울, 하루에 2번만 볼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귀엽다.
서울이 너무나 춥기 때문에 조금 다른 분위기의 겨울을 즐기고 싶다면, 개인적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도쿄 같은 도시도 추천한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 등의 큰 도시는 눈이 1년에 1번 내릴까 말까로 정말 눈도 잘 안 오고, 기온도 최저일 경우에 영하 1,2도 정도 대이다. 서울에 비하면 굉장히 따뜻한 날씨라고 할 수 있지만, 섬나라여서인지 어디를 가도 바람이 많이 불고 차기는 하다.
하지만 겨울 시즌에만 하는 일루미네이션 이벤트가 많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시간을 내어 시티뷰를 맘껏 감상하는 것도 좋은 겨울 여행으로 추천한다. 12월의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오면 서울 못지않게 다양한 일루미네이션 장식과 함께 여러 이벤트를 하고 있고, 크리스마스 마켓 또한 여기저기서 열린다.
서울에서 지내다가 12월, 1월에 도쿄를 경험하게 된다면 11월 말 정도의 기온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목도리나 패딩 옷이 필요하긴 하다.
오키나와를 겨울 여행으로 가면 따뜻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바다에 들어갈 수 있는 기온은 아니기 때문에 바닷가를 볼 수만 있고, 날씨에 따라 배를 탈 수는 있지만 해수욕을 즐기기 어렵다고 한다. 1월이 되면 오키나와는 벚꽃이 피는 계절이 될 만큼 따뜻하긴 하지만, 해수욕을 즐길만한 날씨는 아니라고 한다.
일본의 봄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뭐니 뭐니 해도 일본의 벚꽃 구경 때문이 아닐까. 기간만 잘 정하면 일본 어디를 가도 눈꽃이 흩날린다.
3월이 되면 일본 전국에서 개화시기를 예상하는 벚꽃 개화 예상도가 여기저기 방송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된다. 3월 중순부터 규슈를 시작으로 5월 초에는 홋카이도까지 벚꽃 구경을 할 수 있다.
벚꽃을 볼 수 있는 지역
운이 좋게 3월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벚꽃 구경을 계속 즐기고 싶다면, 교토 같은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에 먼저 있다가 3월 말에 도쿄 쪽으로 올라오면 계속 벚꽃 구경을 할 수가 있다.
벚꽃도 좋지만, 여행하면서 돌아다니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일본인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더 빨리 따뜻해져서 4월이 되면 아이스커피가 땡길 정도로 더운 날도 많아진다. 얇은 긴팔 혹은 반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도 많아지기 때문에 옷이 얇은 만큼 돌아다니기도 편한 시기이다.
다만, 2월에서 4월에 가장 화분증이 심한 시기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평소에 꽃가루 알레르기, 특히 삼나무(スギ)와 편백나무(ヒノキ)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레르기 약을 준비해 오는 것이 좋다.
일본에 와서 내가 좋아하게 된 계절이 있다면 바로 초여름이다. 6월이 되면 일본 여기저기 수국 축제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쿄에 와서 많이 들리는 하코네라는 여행지도 가장 추천하는 시기는 6월과 11월인데, 수국이 피는 6월과 11월 단풍 시즌을 가장 추천하고 인기가 많다.
일본에 살면서 나이가 점점 들어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 일본 사람들이 꽃을 더 많이 좋아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화단도 잘 꾸며져 있고, 식물을 가꾸는 개인 주택도 정말 많다. 초여름에는 여러 종류의 수국을 즐길 수 있고, 많이 덥지 않은 날씨이기 때문에 여행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딱 좋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봄 시즌보다는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초여름의 도쿄 방문을 추천하는 편이다. 태풍도 거의 없고, 맑은 날씨에 한국처럼 미세먼지 걱정이 별로 없기에 기분 좋게 다닐 수 있다.
7월에서 8월에의 도쿄/오사카/교토/후쿠오카 등은 타이밍이 안 좋을 때면 태풍이 오기도 하고, 서울보다 더 지독한 습한 여름 날씨를 경험할 수 있기에 비추천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매년 이 시기 뉴스에서는 열사병으로 사망자도 많이 생기고, 에어컨을 2달 이상은 절대 끄고 생활할 수가 없다. 아주아주 혹독한 여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원한 여름 날씨를 보내고 싶다면 이 시기의 홋카이도를 추천하다. 습하지 않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무엇보다 깨끗한 공기와 함께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교토는 11월이 정말 인기 스폿이다. 일본인들도 살아생전에 가을의 교토는 한 번쯤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워낙에 인기 지역이다 보니, 예약이 일찍 차기 때문에 미리미리 봄부터 티켓팅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가을 자체를 일본에서 제대로 즐겨본 적은 별로 없는 듯하다. 가을에는 항상 도쿄에 있었던 듯 하다. 도쿄는 산이 안 보이기 때문에 가을스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산이 있는 교토나 나라 같은 도시를 가는 것을 추천한다. 도쿄에서는 그저 스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10월까지도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11월 정도가 되어야 좀 가을답고, 11월 말이 되어서야 하코네 같은 지방으로 이동을 해야 단풍을 느낄 수가 있다.
이 시기에 도쿄에 오면 아직은 늦여름 같은 날씨 때문에 별로 추천하지 않지만, 산간 지역인 토호쿠 지역이나 호쿠리쿠 지역으로 가면 맛있는 생선도 많이 잡히고, 단풍을 한껏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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