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은 번화가가 아닌 주택가이기 때문에 음식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한번 가볼 만하다 싶은 가게가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김치나 한국식품을 사러 자주 이용하는 [니꾸노 하나마사 肉のハナマサ]라는 가게를 가는 길에 있는 일반 맨션에 위치한 초밥집이 항상 신경 쓰였다.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다가, 가까운 동네 가게이다 보니 3년을 살면서 아직까지 한번도 안 가보았다.
내년부터는 재택근무 일수가 확 줄어든다는 회사에서의 알림이 있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가자!라는 다짐을 하고, 남편과 같이 재택근무를 하는 날을 맞추어 미리 예약을 하고 드디어 다녀왔다.
【가게 정보】
奄美 아마미
営業時間 영업시간
昼食 11:30~13:30 夕食 17:30~23:30
日曜営業 일요일도 영업
홈페이지가 없으므로, 타베로그(食べログ)
鮨処 奄美 (入谷/寿司)
★★★☆☆3.31 ■予算(昼):~¥999
tabelog.com
동네 가게이지만, 코로나19 대책으로 대부분의 가게들이 예약제를 선호하기에, 이틀 전에 전화 예약을 미리 해 놓았다.
주택가에는 보통 도로변에 맨션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가는 초밥집은 사거리에 있는 큰 맨션의 2층에 위치한 작은 초밥집이다. 보통이라면 일반 가정집이 자리했을 텐데 처음에 지을 때부터 상업적 이용을 목적으로 지어진 것 같다.
동네 맛집을 찾을 때 자주 이용하는 앱 중에는 구글맵에 있는 리뷰를 자주 이용하곤 하는데, 꽤 여러 한국인도 다녀간 건지 한국인이 쓴 리뷰도 많이 있는 가게였다.
작은 가게임에도 리뷰에 쓰여 있는 좋은 평의 댓글도 많고, 많은 일본인들도 좋은 평가를 내고 있었고, 또 슈퍼를 갈 때마다 지나치는 곳이었기에 정말 한번 정도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가게에 도착했을 때는 [드디어!]라는 기대감에 차있었다.
맨션 건물의 입구 쪽에는 메뉴와 함께 간판이 같이 놓여 있다. 그 옆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이용해서 입구로 들어가게 되는데,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할 경우에는 따로 가게에 연락을 하면 별도로 엘리베이터 이용을 도와주는 멘트가 쓰여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입구가 바로 보였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가게명을 적어놓은 입구에 붙여놓은 천이 엄청 날라다녔다.
입구로 들어가서 예약명을 이야기하니 카운터 쪽으로 자리를 안내해줬다.
한적한 동네에서 한적한 평일 런치이다 보니, 정말 사람이 없었다. 나와 남편을 제외하고, 카운터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할아버지 두 분이 따로 앉아있었고, 일반 테이블도 6,7개는 준비되어 있지만 빈자리였다. 개인적으로는 한적해서 더 좋았다.
친절해 보이는 나이 많은 점원이 메뉴를 보여줬다.
런치 메뉴로는 치라시스시(チラシ寿司)라고 하는 간단하게 몇 가지 해산물을 얹은 밥 메뉴와, 스시 몇 종류가 들어간 스시 모둠 메뉴, 정식 스타일의 스시 메뉴 이렇게 세 가지가 있었다. 치라시스시와 스시 모둠 메뉴는 1일 10명에게만 파는 한정판 메뉴라고 한다.
스시집에 왔으니 당연히 스시!를 먹기로 하고, 입구 쪽에 있던 새우가 눈에 띄어, 추가로 소금구이 새우를 한 사람에 하나씩 시켰다.
작은 동네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옆동네가 우에노(上野)이다 보니 근처에 작은 관광 호텔이 많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외국인도 자주 다니는 거리라서 그런 걸까, 메뉴판 뒷면에는 영어로 된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주방 안쪽의 진열장에는 일본도와 함께 일본 무사 인형이 장식되어 있었다. 스시를 만들어주시는 분은 두 분이 계셨는데 모두 60대 이상은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들로, 지금까지 관광지에서 먹었던 스시집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문을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이 초밥집 아마미를 가던 오전에 꽤 큰 지진이 났었기 때문에 텔레비젼에서는 계속 지진과 관련된 뉴스와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난 지진이였기에 나에게는 다행이지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꽤 긴장 상태에 있을 것이다. 여진이 올 수도 있을 것이고. 모두가 무사하길 기도할 뿐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지진에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도 무심한 나의 모습에 내가 정말 지진에 익숙해지긴 했나 보다는 생각도 들었다.
텔레비전을 보는 사이 먼저 소금 새우구이가 나왔다.
도대체 어떤 소금을 쓰신 건가요?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겉면에 양념한 소금이 아주 맛있는 소금이었다. 새우는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 사이즈로 발라먹기 좋게 잘 구워져 있었다. 탱탱한 새우구이를 먹은 뒤 식초에 절인 생강 줄기로 입가심을 하자, 스시 모둠도 준비해주었다.
일본식 계란에는 가게명이 적혀있어 귀여웠다. 일부러 계란을 구워서 하나하나 찍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가게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었다.
오이와 단무지 절임을 각각 말아놓은 김밥말이 같이 생긴 군칸마끼(軍艦巻き)가 각각 세 개씩, 니기리(にぎり)라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는 스시(寿司 초밥)으로는 계란말이, 새우, 연어알, 붕장어 구이, 참치(아마도 간장절임을 한 마구로즈케 まぐろ漬け), 연어, 오징어가 나왔다.
스시를 먹을 때 항상 나오는 녹차와 함께 샐러드도 나왔다.
일본은 어떤 정식집을 가도, 런치를 시킬 경우에는 샐러드가 아주 작은 그릇으로 조금씩은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은 사이즈의 샐러드를 아주 좋아하는데, 한식에는 아마도 반찬으로 야채를 많이 이용하기에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다.
이제 다 나온 건가 싶었는데, 새우 머리가 들어간 된장국(된장국)까지 나왔다.
사실 스시집에서 된장국은 안 나오는 곳도 많기에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새우 머리가 들어가서 국물 맛이 아주 진한 맛있는 된장국까지 나오다니, 구글 맵에 있는 리뷰가 좋은 이유를 알겠다.
이날 먹은 스시 모둠이 1200엔이었는데, 정말 이 금액에 이 정도의 퀄리티로 먹을 수 있는 건 일본밖에 없지 않을까. 일본 음식이기에 당연하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보통 한국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같이 가는 관광지의 유명한 초밥집만 다녀보았는데, 이렇게 동네 스시집을 가니 정말 새로웠다. 심지어 이렇게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왜 안 다녔을까 라는 살짝의 후회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치가 빠질 수 없듯이 일본에서는 오싱코(お新香)라는 야채 절임이 정식 메뉴에서는 빠질 수가 없다. 많이 알고 있는 단무지 또한 오싱코 종류중에 하나인데, 이번에 간 아마미에서도 단무지와 함께 다른 종류의 무 절임과 당근 절임을 함께 내주었다.
정말 저렴하게 잘 먹은 런치였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걸 다 비우고 나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주셨다.
아니 이렇게까지 나오면, 도대체 뭐가 남나요 라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
다 먹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계산을 하려고 하자, 친절한 나이든 점원이 외국인인걸 알고는 여기에 사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종종 들려주세요. 라면서 인사를 건넨다. 종종 오겠다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다.
동네에 가게가 많지는 않지만, 괜찮은 가게가 몇군데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오랜만에 아주아주 맛있는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운 스시(초밥) 런치였다.
오늘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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