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먹을 예정이었던 디너
삿포로에서 2박을 예정했기 때문에 호텔을 굳이 바꾸지 않고 같은 호텔에 머물렀다. 날씨가 좋았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겠지만 눈이 이렇게 잔뜩 쌓이고 또 쌓이고 있기에 아이와 함께 이동하는 것 자체에 굉장히 큰 에너지가 소모되었기 때문에 일부러 같은 호텔에 머물기로 예정했었다.
오타루에서 돌아오는 길, 삿포로역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점심으로 꽤 많은 양을 먹기도 하고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겼기에 조금 가벼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마도 삿포로에 오는 관광객은 잘 가지 않을 듯한 소바 가게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챙겼다. 어제와 같이 삿포로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에스타(エスタ) 10층의 레스토랑을 이용했다.
면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가는 챙겨놨던 식빵을 조금 먹을 뿐, 소바는 입에 넣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세트로 주문한 카츠카레(カツカレー 돈카츠가 올라간 카레덮밥)를 몇입 먹으면서 옷에 많이 흘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쇼핑몰이었기에 기저귀를 갈거나 손을 닦기도 옷을 갈아입기도 편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먹으려고 소바집에 간 건데, 돈카츠에 카레밥, 거기에 소바까지. 우리 남편은 결코 가볍지 않은 저녁 식사가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저녁을 잘 챙겨 먹어두길 정말 잘했다. 이다음 일정에서 엄청나게 땀을 빼는 결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락실에서 본능이 깨어나다!
계속 바깥으로 외출을 다니면서 몸을 움츠리면서 다녔고, 아이가 놀만한 곳은 별로 없었기에 계속 칭얼거렸던 아이. 평소에 매일 한번 이상은 미끄럼틀을 타거나,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공놀이를 하거나, 이것저것 장난감 놀이를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계속 이동의 반복이었기 때문인지 불평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끄럼틀 타고 싶은데.......
평소와 다른 일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잘 안 먹는 걸까 싶기도 하고, 엄빠는 여러 생각에 잠겼다.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만하다 싶었다. 여행 자체가 나와 남편의 의견에 따라 그저 아이를 데리고 다닐 뿐이지, 아이의 의견 반영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아이가 놀만한 곳을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가나자와에 갔던 11월에는 가을로 밖에서 충분히 놀 수 있는 좋은 날씨였지만, 지금은 한겨울 그것도 눈이 펑펑 쏟아내리는 홋카이도다. 미끄럼틀이 있는 공원에 간다고 해도 눈 때문에 탈 수가 없는 상태이다. 눈썰매장이나 스키장으로 이동해도 좋지만 오늘은 시간상 무리이고, 내일부터는 모두 연말연시로 인한 휴일로 모두 영업을 하지 않는다. 만약 간다고 해도 방수가 될만한 옷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고민하며 아이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 화장실을 가다가 옆에 있는 에스컬레이터 밑, 에스타 9층에서 여러 빛줄기가 보였다.
게임센터다!!
우리나라의 오락실 같은 곳을 게임센터라고 하는데, 아이를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알고 있는 북 치기 게임(태고의 달인)이나 자동차 게임 등이 있고, 스티커 사진(プリクラ 프리크 라)을 찍는 기계들이 몰려있다. 10대 소녀들이 스티커 사진 기계 앞에서 줄을 서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위층에서 보이는 게 이 정도였으니 실제로 내려가면 더 많은 게임 기계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자리로 돌아와 남편과 정보를 공유한 뒤에 게임센터가 있는 밑에 층으로 향했다.
[장소 정보] 반다이남코 게임센터 (BANDAI NAMCO GAME CENTER)
namco札幌エスタ店 | ゲームセンター | バンダイナムコアミューズメント「夢・遊び・感動」を。
かっこいい!おもしろい!やさしい!明るく開放的なナムコのゲームセンター。全国のお店の情報はこちらでチェック!
bandainamco-am.co.jp
당연히 계속 칭얼거리던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 상태가 되었다. 이미 쇼핑몰에 들어온 순간부터 잠바는 벗고 다녔기 때문에 가벼운 몸으로 여기저기 방방 뛰어다녔다. 나와 남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일단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했다.
오랜만에 온 게임센터는 지금까지 다녀보았던 게임센터와는 달랐다. 유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의 종류가 엄청 많아서 만 2,3세 아이가 놀기에 충분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초등학생 쯔음은 되어야 할 수 있는 북 치기 게임(태고의 달인)도 유아용 버전으로 일본의 국민 캐릭터 호빵맨(アンパンマン 앙팡만) 버전이 있었다.
태고의 달인과는 전혀 다른 게임이긴 하지만 북을 치는 간단한 룰은 같았다. 원하는 호빵맨 만화의 캐릭터를 골라 세균맨으로부터 누군가를 구해주는 건데, 세균맨에게 펀치를 날릴 때마다 북을 타다다닥 두드리는 게임이었다. 아- 이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게임이었다. 물론 우리 아이도 엄청 좋아하며 연속으로 두 번이나 게임을 했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카드도 한 장 나왔다. 집에 챙겨 올 수 있어 좋았고, 가지고 다니면서 북치는 게임을 했다고 자랑하며 떠들었다. 게임의 맛을 이제 알게 된 우리 아이. 당연히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혼다(HONDA)와의 콜라보로 탄생한 경차를 직접 운전하는 듯한 게임도 있었다. 동전을 넣으면 시동이 걸리고 자동차의 덜덜 거리는 느낌, 운전을 하고 가면서 덜덜덜 거리는 느낌까지 살릴 수 있도록 살짝 좌우로 왔다 갔다 하기까지 했다. 아이는 아직 발이 닿지 않아서 액셀을 밟을 수는 없어 옆자리에서 아빠가 살짝 밟아주었다.
혼다의 자동차 게임 뒤로는 낚시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계가 두대 있었는데, 어떤 초등학생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영상으로 표현되는 대어를 낚고 있었다. 형아가 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더니, 뒤에 사람이 없던 기계의 낚싯대를 들고 열심히 형아를 따라 한다. 꽤 어려워 보이는 게임이었기 때문에 이건 동전을 넣지 않고 좀 더 크면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하고 싶어 하는 것에 모두 돈을 쓰면, 거덜 난다.
내일 다시 오자
저녁을 먹은 뒤에 게임 센터에서 신나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흥분한 아이는 실내에서 열심히 뛰어다녀서인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덥다고 하면서도 엄청 좋아했다. 여행을 오더라도 아이가 항상 자는 시간은 맞춰주는 게 우리의 목표였기에 내일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하고 호텔로 돌아갔다.
원래라면 도쿄로 돌아가는 내일 오전에는 홋카이도 명물(名物)과 기념품(お土産)을 살 예정이었지만, 이미 삿포로에 도착한 날 구입을 완료했기에 별다른 예정이 없었다. 게임 센터에는 저녁에는 영업을 마친 키즈카페 같은 볼풀장과 미끄럼틀도 있었기에 내일 오전에는 호텔에서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센터에서 신나게 놀아서인지,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를 마치자 아이는 금방 잠들었다. 난 이 날도 홀로 온천욕을 마치고 아이스바를 남편과 하나씩 먹고 아이와 함께 푹 잠들었다.
아이와 함께 간 도쿄 디즈니 랜드 (Tokyo DisneyLand / TDS) (0) | 2022.03.17 |
---|---|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삿포로(札幌)에서 도쿄(東京)로 돌아가는 날 (0) | 2022.03.15 |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오타루(小樽)에서의 관광, 마지막은 르타오(ルタオ) (0) | 2022.03.10 |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삿포로 모이와야마(もいわ山)에서 야경을 본 후에 먹는 스시 (1) | 2022.03.08 |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특급열차 라일락(ライラック) 타고 삿뽀로(札幌)로 이동하기 (0) | 2022.03.02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