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으로 여행 제한이 풀리고 나서부터 일본 소도시 여행에 대한 기사도 많이 나고, 실제로 찾아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아직 일본의 먼 지방 여행을 간 적은 없지만, 출산 전에 남편과 둘이서 여기저기 갔던 곳들을 몇군데 적어볼까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일본의 시코쿠라는 섬이 있는데, 일본에서는 '우동현'으로 유명한 다카마쓰라는 곳이다.
카가와현 타카마츠로 갔던 이유는, 랜덤으로 얻어걸려서 갔던 여행이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항공(JAL)에서 나오는 신용카드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 마일리지가 어느 정도 쌓이면 이걸로 한국을 갈 때도 있고, 국내 여행을 할 때도 있다.
2017년에 마일리지로 어딘가 가볼까 생각하는 중에,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나오는 "どこかにマイル(어딘가로 가자)"을 통해서 가게 되었다.
JAL | どこかにマイル
日本の魅力、再発見!行き先はお楽しみ、マイルをつかってどこかに行こう!
www.jal.co.jp
参る라는 '가다'라는 뜻의 겸양어 한자가 있는데, 이 한자를 '마이루'라고 읽고, 마일리지를 일본에서는 'マイル'라고 짧게 말하고는 하는데, 일본어를 이용한 언어유희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 것이다.
이 마일리지 프로그램의 이용 방법은 검색일(당일)을 기준으로 1달 이내의 스케쥴만 이용 가능하고, 본인이 넣은 스케줄로 검색을 하면 4개의 도시가 검색된다. 이 4개 도시 중에 한 곳이 랜덤으로 걸리는 것이다. 도쿄에서 멀리로는 홋카이도의 삿포로나 규슈의 여러 도시가 나오기도 하고, 가까이로는 오사카가 나오기도 한다.
보통은 편도에 7000마일리지 전후로 계산되는데, 이 마일리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왕복을 7000 마일리지로 여행할 수가 있다. 그래서 스케줄이 잘 맞는다면 꽤 마일리지도 아끼고, 평소에 잘 모르던 곳으로 여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묻지 마 여행" 같은 느낌이랄까.
모든 일정은 자유 일정이고, 단점이라면 일본항공의 국내선으로 비행기만 랜덤으로 걸리는 거라서, 비행기 스케줄이 확정되야지만 현지의 호텔 등을 예약할 수 있는 점이 불편하긴 하다. 일본은 보통 호텔들이 1달 이상 전에 예약을 해야 많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그렇게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얻어 걸린 여행이었던 다카마쓰. 기존에 이곳이 우동으로 유명해서 '우동현'이라고 불리는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주 좋았다.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가는 날짜가 덥기도 더운 8월이였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여름휴가를 8월 중에 3일을 쓸 수 있었는데, 그 여름휴가를 사용해서 다녀왔다.
호텔은 적당히 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예약을 했고, 그 때는 남편이 운전이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라서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다카마쓰 공항에서 내려서 다카마쓰 시내까지는 전철 혹은 버스를 이용해서 다녔다.
다카마쓰 공항에 내려서 인포메이션으로 가면 우동현(카가와현, 香川県)에서만 쓸 수 있는 패스포트를 나눠준다. 이 패스포트를 이용해서 여기저기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도장도 찍을 수 있고. 여행객을 위해서 여러 가지 이벤트 준비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짐을 먼저 호텔에 맡겨두고 우리가 먼저 찾아간 곳은 나카노 우동학교(中野うどん学校 ).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었다. 우동학교는 미리 일본의 쟈랑(じゃらん, 호텔/온천과 같은 숙박시설과 각종 체험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을 통해 미리 예약해 놓고 갔다.
[장소 정보] 나카노 우동학교 中野うどん学校高松店
中野うどん学校高松校
讃岐うどんのうどん打ち体験ができます。生地をこねて、足でふんで、自分で、切って、食べる。入学から50分でうどん作りを楽しく学べる体験コースです!
udonschool.jp
언젠가 한국에 치킨대학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알아봤었는데, 진짜 있었다. 일본에는 우동학교가 있다. 진짜로!
우동만들기를 시작으로 직접 끓여서 먹을 수도 있고, 별도로 구입도 가능한 곳이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우동 면을 열심히 반죽하고, 밟아보기도 하고, 컷팅도 해보고. 가게 분이 한 팀 씩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어주신다.
우동을 만들 때는 계절에 따라 소금을 넣는 양이 달라진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
우동학교에 가면 직접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지만, 별도로 구매도 가능하다. 건너편에 따로 우동 전문점이 있기도 한데 정말 저렴한 금액에 아주 맛있는 우동을 먹을 수 있다. 다카마쓰에 간다면 꼭 한번 해봐야 하는 체험이다.
나와 남편은 이때 신혼부부 시절이라서 종종 이런 체험을 하러 다니기도 했는데, 어린 아이와 함께 가도 재미있을 듯하다. 지금은 우리의 큰 아이가 만 5살이 되었기 때문에, 둘째 아이가 내년쯤? 좀 더 잘 돌아다닐 때 한번 더 가 보고 싶다.
호텔로 돌아오고 나서는 우동학교에서 받은 졸업장을 활짝 펼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비싸지 않은 금액에 우동 만들기 체험도 하고, 한 끼 해결도 하고, 좋은 추억도 남기고.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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