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힘들게 한 임신이기도 했고,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기에 임신 중, 출산 후 수유하는 동안에는 스시를 한입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도대체 왜 그랬을까 싶다.
일본에 사는 사람들은 임신 중에도, 모유수유 중에도 스시와 생선회를 먹는다. 다만, 참치나 연어같이 큰 종류를 제외하고 먹는 분위기이기는 하다. 일본 사람들은 일반 슈퍼에서 생선 횟감을 많이 팔기도 하고, 집에서 직접 조리해서 혹은 그냥 회(刺身, 사시미)를 반찬처럼 많이 먹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의 식습관이다 보니 우리나라처럼 많이 조심스럽게 안된다 이런 말들은 하지 않는 듯하다. 다만 참치나 연어같이 큰 물고기 종류는 조심한다는 말을 듣긴 한다.
이번에 한국에서 가서 진단을 기다리는 사이에, 내 차례의 바로 앞의 젊은 부부가 임신을 확인하면서 나오는 길이였는지 입덧 오기 전에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라는 간호사 말에 "초밥 먹어도 되나요?"라고 물어보는 젊은 부인이 있었다.
간호사가 말하기를, "당연히 드셔도 되죠! 비싸고 좋은 데 가서 조금씩은 드셔도 돼요~"
라고 답해주는 간호사의 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남편 들으라고 아마도 더 크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첫째 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이미 먹어도 괜찮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먹지 않았다. 또 마음가짐이 조심스러워서인지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임신과 함께 입덧 중에 정말 갑자기 전날 밤부터 스시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아주 간절했다.
입덧을 시작하면서 토하지도 않는데 체중이 3킬로나 빠지기도 했고, 딱히 입맛도 계속 없던 와중에 오랜만에 먹고 싶은 음식이 생겼기에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주저 없이 바로 먹으러 가기로 결정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초밥을 먹고 왔다.
작년 11월 가을, 가나자와(金沢)에 놀러 갔을 때 먹었던 스시가 아마도 일본에 살면서 먹었던 스시 중에서도 맛있었던 스시로 기억에 많이 남아서인지,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스시 체인점을 찾아갔다.
집에서도 가까운 우에노에 있는 점포로, 가나자와에 많이 있는 '金沢まいもん寿司(가나자와 마이몬스시)'라는 가게로, 항상 지나치기만 했는데, 언제나 사람들이 대기표를 뽑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과 함께 그렇게까지 먹고 싶지 않았던 나는 항상 지나치기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이 가게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나자와에서 먹었던 그 스시 맛을 기대하면서...
2022.01.05 - 아이와 함께 일본에서 초밥먹기 : 가나자와(金沢市)에서 회전초밥 스시쿠이네(すし食いねぇ!)
아이와 함께 일본에서 초밥먹기 : 가나자와(金沢市)에서 회전초밥 스시쿠이네(すし食いねぇ!)
가나자와에서 먹는 첫 스시! 가나자와 지역에서 맛있는 스시집은 너무나도 많지만, 두 살인 아기가 아직 먹을 수 있는 초밥은 계란말이 정도뿐인데, 그 계란말이조차 잘 안 먹는 편식쟁이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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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정보] 金沢まいもん寿司(가나자와 마이몬스시) 上野(우에노)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우에노점으로 되어있지만 가까운 역 이름 순서로는
순서로 가깝다.
항상 사람이 붐비고 웨이팅이 있는 가게인데 평일이기도 하고 비가 오는 날씨에 일찍 도착해서인지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원래는 회전초밥 집이긴 하지만,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초밥이 미리 올라와서 빙글빙글 돌지 않고 광고만 붙여놓고 있으면서 주문을 할 수 있는 아이패드 같이 생긴 태블릿을 통해 주문을 하면 바로 만들어서 카운터에서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스시를 먹을 때는 담백한 맛부터 시작하는게 좋기 때문에 처음에는 흰 살 생선 종류로 주문했다. 가을이기 때문에 가을의 추천 메뉴가 따로 있어
가을 추천 메뉴는 단맛이 진한 것들도 있었지만, 모두 좋아하고 맛보고 싶은 것들 뿐이라서 각자 세트로 시켜버렸다.
제일 앞에 노도구로(のど黒, 눈볼대), 그 뒤로 아마에비(甘エビ, 단새우), 게살(かに身), 바이가이(ばい貝, 백골뱅이), 김에 쌓여있는 게 가나자와 명물인 토야마(富山) 시로에비(白エビ, 하얀 새우)에 금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다.
남편도 나도 정말 오랜만에 먹는 스시였는데, 너무 맛있어서 금세 꿀떡꿀떡 넘어갔다. 함께 나온 스다치(スダチ)를 살짝 뿌려 먹으니 어떤 것도 비린 맛이 강하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최고급 흰살생선 중에 하나인 킨메다이(金目鯛, 빛금눈돔)를 일반적인 스시 하나, 한쪽면만 살짝 익힌 아부리(炙り) 스타일로 하나씩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어서 주문해 보았다. 먼저 일반적인 스시는 정말 담백한 흰 살 생선 맛을 느낄 수 있었고, 살짝 익힌 아부리 스타일을 먹으면 살짝 기름기가 돌았다. 같은 생선인데도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좀 기름기 있는 걸 먹고 싶다면서 오오토로(大トロ, 참치 대뱃살!)를 혼자 시키고는 내가 천천히 먹는 동안 참치 두 개를 금세 먹어 치웠다. 사진을 못 찍어서 아쉬울 뿐... 맛있다면서 다음 메뉴를 같이 또 골라보았다.
좋아하는 스시 메뉴 중에 항상 붕장어를 한번씩 먹는다. 가게마다 나오는 스타일이 다른데, 붕장어를 자르지 않고 길게 장식해서 주는 집(미도리 스시가 이런 스타일이다!)이 있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주는 집이 있다.
가나자와 마이몬스시에서는 태블릿으로 주문을 할 때 컷을 할지, 안 할지를 고를 수가 있었는데, 먹기 편하게 컷을 한 상태로 주문했다.
붕장어는 항상 살짝 구워서 소스를 얹어주기 때문에 담백한 흰살 생선을 먹은 뒤에 먹으면 더 맛있게 느낄 수 있다.
다음으로 주문한 건, 오랜만에 진한 맛의 성게알(うに).
와사비가 따로 나와서 살짝 묻혀 먹기도 했는데, 남편은 아무렇지 않아 했는데 입덧 때문인지 살짝 비릿함을 느꼈다. 그럴 때는 말차를 마시고, 가리(ガリ, 생강 초절임)을 먹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비워주기도 했다.
이미 여기까지 먹고 나서 배가 부른 상태였지만, 이대로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스시를 먹으러 와서 참치를 안 먹고 가는 건 정말 너무 서운할 것 같아, 츄토로(中トロ, 참치 중간 뱃살)를 하나만 시켜서 둘이 하나씩 나눠먹었다. 츄토로지만 적당히 기름진 맛이 마지막으로 먹기에 딱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먹는 스시라서 그런지 맛있게 잘 먹고 왔다. 임신 중에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전에는 강했지만, 깔끔하고 손님도 많은 좋은 스시집에서 적당량을 먹는 건 정말 괜찮은 듯하다. 혹시라도 저녁에 배가 아플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임신이라고 해서 너무 음식을 가려먹으면 스트레스만 심해질 뿐, 초밥 정도는 가끔 적당량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 사람에 4천엔 가까이하는 런치였지만, 입덧 중에도 아주 맛있게 잘 먹은 만족스러운 스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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