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왕국에서의 아침
밖이 워낙 추워서인지 난방이 엄청 센 호텔에서의 아침. 목이 엄청 칼칼했다. 창 밖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밤까지 계속 내렸던 눈에 온 세상은 눈 천지이다. 밤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엘리베이터 쪽 창문을 보니 스키장이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조식을 미리 먼저 먹고 스키복으로 환복 후에 외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창 밖을 보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 곳에 살면 어떨까를 생각해보았다. 서울도 눈이 많이 내리긴 하지만, 도쿄에 오래 살아서인지 상상이 잘 안되었다.
환한 아침에 보니 호텔에서 창가 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아사히카와시(旭川市)의 시청 건물이었다. 어제 갔던 스키야키집은 아마도 이 시청 사람들이 자주 애용하지 않을까.
2022.02.25 -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아사히카와(旭川)에서 먹는 스키야끼(すき焼き)
아이와 함께 홋카이도 여행 : 아사히카와(旭川)에서 먹는 스키야끼(すき焼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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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카와(旭川)에서는 아사히야마 동물원(旭山動物園) 외에 다른 계획이 없어 조식을 먹은 뒤에는 바로 삿포로(札幌)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스키장이나 썰매를 타러 가는 것도 좋겠지만, 우리 아이는 아직 만 2살이므로 패스했다. 갈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스키장에 입고 갈만한 옷도 없었다.
특급열차 라일락(ライラック)을 타고 삿뽀로(札幌)로 이동!
아사히카와(旭川)에서 삿포로(札幌)까지는 특급열차로 약 1시간 35분 정도 걸린다. 열차 외에도 버스가 있지만, 시간은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리고, 교통상황에 따라서는 조금 더 걸릴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 이동할 거라 평소에 아이가 좋아하는 전철을 타기로 하고, 특급열차를 타기 하루 전날 JR 예약을 할 수 있는 [에키 넷 えきねっと]라는 앱을 이용해 미리 표를 예약해 두었다. 에키 넷을 이용하면 원래 티켓 금액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어 미리 일정을 짜고 예약해 두는 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
조금 여유 있게 나와 아이의 기저귀 상황도 체크하고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열차를 타러 올라갔다. 아사히카와 역(旭川駅)은 리모델링을 한 건지 굉장히 깨끗했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용 화장실도 굉장히 깔끔하고 깨끗해서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었다.
평소에 전철 도감(でんしゃずかん)을 자주 보는 우리 아가는 책이나 동영상으로만 보던 라일락을 직접 탄다는 생각에 빨리 홈으로 올라가 보고 싶어 했다.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있는데도 미리 정차해서 실내를 정비하는 시간 동안 라일락 앞에 서서 열심히 사진도 찍고, 옆에 와 있는 다른 열차도 보면서 홈에서만 십여분의 시간을 보내고 특급열차에 올라탔다.
눈보라를 헤치며 달리는 열차 안에서
시간이 되자 라일락에 탑승 후 얼마 안 있어 금세 출발했다. 한 시간에 한 대씩 삿포로까지 가는 특급열차가 있어서인지, 우리가 탄 열차칸에는 우리가족을 제외하고 단 한명의 탑승객이 있을 뿐이였다. 삿뽀로까지 여러 역을 거쳐갔지만 계속 그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탑승객은 타지 않았다.
아사히카와(旭川)를 조금 지나자마자 높은 호텔 건물도 없고 오직 낮은 집에 눈에 덮인 밭인지 논인지 모를 대지를 열심히 달리고 달렸다. 보이는건 그저 마른 나뭇가지가 대부분인 나무와 저 멀리 눈 덮힌 산과 눈 덮힌 논밭, 그리고 바람과 함께 날리는 눈뿐이었다.
특급열차가 쌩쌩 달리는 동안 아이는 이내 잠들었고,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이동했다. 결혼 전에 혼자 홋카이도에 여행을 와서 그때는 삿포로에서 오비히로(帯広)라는 곳 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3,4살 짜리 아가가 내리기 직전에 토해서 난리가 났던 이야기, 삿뽀로에 가면 미소라멘이 맛있다는 이야기, 삿뽀로에 가면 스시도 정말 맛있다는 이야기. 이제 생각해보니 나 혼자 열심히 주절거렸던 것 같다.
열차로 지나가는 중에는 눈발이 엄청 센 지역을 달리기도 했다. 빨리 달리는 열차와 센 눈발이 같이 날려 창 밖 풍경이 잘 안 보일 정도였다. 여행 중이라는 게 실감 나는 풍경이었다. 이 풍경이 일상이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삿포로(札幌)에 도착
삿포로에는 오후 1시 반이 넘어서 도착했기에 이동 중에 미리 봐 두었던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삿포로역은 거대한 역과 함께 여러개의 쇼핑몰과 호텔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유동인구도 많지만 대부분의 것들을 역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기에 아주아주 편리하다. 혼자 여행 왔을 때는 일단 짐을 호텔에 옮겨둔 뒤에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 다녔지만, 아이와 함께 짐까지 끌고 다니는 건 대단한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삿뽀로역은 여러 쇼핑몰(ESTA, APIA, Stellar Place, paseo)과 백화점(大丸)이 함께 붙어 있다. 그 중에서 우리가 갈 예정인 스텔라플레이스(ステラプレイス) 안에도 많이 알려진 맛집이 모여있었고 쇼핑몰이라면 아기의 기저귀 사정도 편리하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삿뽀로 역 주변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걸 추천한다.
삿포로까지 왔으니 스시를 한번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짐을 끌고 이동했으나, 이미 대기가 3시간이었다. 지금 코로나 시대 맞나? 싶을 정도의 대기줄이었다. 연말이라 관광객이 많은 것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전화 예약이 안되고 무조건 가게에서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 시스템의 가게였다. 3시간이나 기다려서 먹을 수는 없기에 바로 포기하고, 레스토랑 층을 한 바퀴 돌다 보니 홋카이도 오비히로시(帯広市)에서 유명한 부타동(豚丼 돼지고기 덮밥) 체인점이 있었다. 이곳도 이름을 쓰고 대기를 해야 했지만 스시집 만큼은 아니기에 이름을 쓰고 기다리는 동안 아기의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다음 일정도 생각하면서 기다렸다.
[가게 정보] 十勝豚丼いっぴん (토카치 부타동 잇핑)
ホーム - 十勝豚丼いっぴん
いっぴん こだわりの北海道十勝の味 BUTADON IPPIN http://www.butadon-ippi … ホーム もっと読む »
www.butadon-ippin.com
十勝豚丼いっぴん ステラプレイス店
〒060-0035 北海道札幌市中央区北5条西2丁目5番地
ステラプレイスセンター6階
TEL/011-209-5298
【営業時間】 11:00~22:00
※駐車場あり。お持ち帰り弁当もございます。
다행히도 15분 정도 대기를 하다가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토카치(十勝)는 홋카이도에서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일본 안에서는 낙농업이 발달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유명한 빵집이나 일본 국내에서 유명한 유제품에 '홋카이도산 우유를 사용합니다.' 혹은 '홋카이도산 생크림을 사용합니다.'라고 쓰여 있다면 높은 확률로 토카치 지역의 우유나 생크림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토카치 지역의 유명 상품 중에 하나로 부타동(豚丼)도 있는데, 그 부타동 전문점이 잇핑(いっぴん 一品ん : '일품'이라는 뜻)이다.
본점만 오비히로시(帯広市)에 있고, 5개의 점포가 인구가 몰려 있는 삿포로시에 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저렴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일본의 규동(牛丼 소고기 덮밥)은 많이 알지만 일본식 돼지 덮밥은 일본에 사는 사람만 잘 알 듯하다. 특히 홋카이도 출신의 사람들은 규동보다는 부타동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규동과는 비교가 안되게 고기도 큼직하게 들어가고 달콤 짭조름한 소스가 잘 어울려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일본 음식이다. 홋카이도에서 생산되는 기념품 샵에 가면 부타동 소스만도 따로 팔고 있는데, 보이면 한 번씩 사서 집에서도 간단히 해 먹을 수 있어 좋다.
추워서 들릴 수밖에 없었던 디저트 전문점
달콤한 간장 소스와 함께 숯불에 구운 부타동을 맛있게 먹고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호텔로 이동할 시간. 호텔은 삿포로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되는 아주 가까운 거리였기에 택시를 탈까 걸어갈까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이기에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삿뽀로 역 앞은 어느 정도 눈이 치워져있었기에 그렇게 결정했는데, 완전 실수였다. 절대 10분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였다. 삿뽀로 역을 지나는 순간부터 눈길이 잘 안 치워져 있어 엄청 미끄럽고 거기에 눈발이 다시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부타동을 먹으면서 몸을 녹이고, 어느 정도의 피로를 풀고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눈길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아가며, 깔깔깔깔 좋다고 웃어대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면서, 질퍽한 눈길에 슈트케이스를 끌고 오려니 철인 3종 경기와 같은 체력이 필요했다. 호텔로 가는 중간에 이미 남편과 나는 지쳐버렸고,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어서인지 따뜻한 커피도 간절했다.
그래서 원래 예정보다는 빠르게 호텔로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롯카테이(六花亭)를 들리게 되었다.
[가게 정보] 六花亭(롯카테이)
〈公式〉六花亭
六花亭は北海道を拠点として良質の素材にこだわり、お菓子作りを通じて地域に根ざした店づくりをめざしております。
www.rokkatei.co.jp
北海道札幌市中央区北4条西6丁目3-3
電話 011-261-6666
営業時間 /10:00~17:30
喫茶室営業時間/11:00~16:30(LO16:00)
롯카테이(六花亭)도 오비히로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디저트 전문점이다. 홋카이도 여행 시에 꼭 사야하는 디저트 랭킹에 들어가는데, 홋카이도 외에는 점포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홋카이도 혹은 인터넷을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하다. 인터넷으로 구입시에는 배송비가 꽤 들어가기 때문에, 홋카이도 여행시에 무조건 구입하는 게 저렴하다.
본점은 오비히로시에 있고, 점포는 모두 홋카이도에만 있기에, 도쿄에서도 구입하는 방법은 온라인밖에 없다. 가끔 [홋카이도 페스티벌] 같은 이벤트를 통해서는 몇 개의 상품이 구매 가능하다. 제일 유명한 상품은 럼레즌이 들어간 [マルセイバターサンド/마르센 버터 샌드]가 가장 유명하고 인기 상품이다. 여러 점포의 버터 샌드를 먹어보았지만, 지금까지 중에는 이곳 롯카테이의 버터 샌드가 가장 맛이 진하고 맛있었다.
원래는 홋카이도 여행의 마지막 날에 도쿄 집에 가져갈 먹을거리를 오전에 구입해서 짐을 쌀 예정이었는데, 호텔에 가는 중간에 가게가 있고 춥고 힘든 몸을 잠시 쉬게 할 겸 들리게 되었다. 어차피 이 날은 아사히카와에서 삿포로로 이동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다른 일정은 그날 상황에 맞춰 움직이려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었다.
삿포로점의 롯카테이는 단독 건물로 1층에 테이크아웃이나 배송 주문을 할 수 있는 매장이 있고, 2층에는 까페가 운영되고 있다. 엘레베이터 안 쪽으로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곳과 엘레베이터 바로 앞에서 서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어, 1층에서 구입한걸 간단히 먹고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좋았다. 안 쪽 자리는 꽤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커피와 코코아, 삿뽀로 매장 내의 한정 메뉴 하나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했다. 주문이 조금 밀려 있다면서 잠시 대기는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도 2층에 있는 여자 화장실 쪽에는 아이의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기저귀 사정 케어에도 좋았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차라리 1층 매장에서 배송으로 도쿄에 있는 집으로 배달 주문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남편에게 아이와 짐을 맡겨두고 홀로 1층으로 내려왔다.
도쿄에서는 흔히 보지도, 사기도 힘든 롯카테이의 럼 레즌 버터 샌드가 제일 눈에 띄었다. 일단 이거부터 사려고 바구니를 들었는데, 점원에게 배송으로 주문할 거라고 했더니, 주문표를 따로 준비해줬다. 주문표에 있는 해당 상품에 개수를 적어 넣고, 혹시라도 주문표에 없는 상품은 따로 메모를 한 다음, 배달 주문 전용 창구에서 계산하면 된다고 한다.
1층에 있는 매장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면서 주문표에 항목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게 좀 번거롭긴 했지만, 짐을 줄일 수 있으니 열심히 눈을 돌리며 주문표를 작성했다.
주문을 마치고 2층 카페 쪽으로 올라가니 코코아가 생각보다 진한 타입이라 아이가 잘 먹지 못했고, 내 커피는 따뜻하다고 말할 수 없는 온도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실내에서 어느 정도 몸을 녹였으니, 다시 열심히 호텔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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