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에 일본 도쿄에 워킹홀리데이로 오고, 정말 여러 번의 이사를 했다.
현재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제일 오래 살고 있는 집, 지역이 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본 동네를 적어보면서, 그 동네에 살기 전에는 몰랐지만 현재는 익숙해졌기에 알게 된 것들과 내가 살던 때와 다르게 현재는 어떻게 변했는지 등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가장 가까웠고 자주 이용했던 역명으로 기록한다.
도쿄도 나카노구(東京都中野区)
나카노 사카우에 역은 사실 신주쿠(新宿)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에 1달 계약으로 예약하고 살게 됐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당시에는 내가 일본에 가서 어떤 일을 할지 알 수 없었기에,
이 두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으로 어디에 방을 구해야 하나 많이 고민했었다. 도쿄 지리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한인타운이 신오쿠보에 있다는 것만은 여러 검색을 통해 알고 있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신오쿠보(新大久保)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방도 많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에는 왜인지 모르게 가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스스로 일본인들과 부딪히고 싶은 욕심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건 역시 한국인들 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오쿠보와 너무 멀지 않은 곳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았다. 여러 곳을 알아보던 그중에 핑크색 건물로 귀여웠던 [사쿠라하우스(さくらハウス)]가 눈에 띄었고, 한 달만 살다가 도쿄로 이동하고 나서 집을 알아볼 생각으로 덜컥 예약을 하고 도쿄로 날아왔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검색해보니, 아직까지도 운영하고 있어 놀랍다. 내가 살고 있을 때도 충분히 오래된 곳이었는데. 청소도 잘 안되어 있었는데. 엄청 큰 손가락 한마디만 한 바퀴벌레도 나왔었는데. 샤워실 진짜 더러웠는데 말이다.
게스트하우스 생활이 처음이라 낯설었고, 여러 외국인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교류가 활발한 것도 아녔기에,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은 1도 없이 정말 한 달만 살다가 금방 나가게 되어, 이곳에서의 추억은 별로 없다. 정말 일본에 도착한 첫날 양손에 짐들을 끌고 이동했던 힘들었던 그날만이 유일하게 추억으로 남아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나카노사카우에(中野坂上) 역 주변은 굉장히 평이 좋은 편이다.
이 지역의 아쉬운 점이라면, 한산한 주택가 이미지라서 그런 걸까,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 자체가 별로 없다. 하지만 전철이나 버스 혹은 도보나 자전거로 신주쿠까지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최근엔 우버(Uber)나 데마에칸(出前館)이라는 배달 앱으로도 충분히 멀리 떨어진 곳의 음식도 배달받을 수 있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살았던 2008년에는 역 주변에 슈퍼가 없었고, 100엔 샵에서 바나나나 과자 같은걸 자주 샀던 기억이 난다. 현재는 큰 슈퍼가 두 개나 생겼다고 한다. 지반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도쿄 23구 안에서는 중간 정도 레벨의 지반을 가진 지역이라 흔들림이 아주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쿄도 나카노구(東京都中野区)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그 주중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도착한 지 3일도 안되어 1달 후의 계약을 해지하고, 혼자 살기 시작한 첫 목조 아파트가 있던 곳이다. 일본에 온 지 두 번째 달에 살기 시작해서 약 4달 동안 살았다.
외국인으로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집을 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긴 했지만, 한국에서 가지고 온 돈이 얼마 없었기에 가능하면 시키킹(보증금), 레이킹(집주인에게 주는 예의상의 금액)이 없는 조건으로 집을 구해야만 했다.
같이 일하는 한국인 언니에게 소개를 받아 다음 카페 중에 [동유모]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동경 유학생 모임'이라는 카페명으로 처음에는 정말 그런 모임이었겠지만, 2008년 당시에도 이미 하나의 사업체로 운영 중인 곳이었다.
그 카페를 통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원룸을 소개받았고, 운 좋게도 내가 이사하는 시기에 막 새로 지어진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다.
월세는 5만 5천 엔으로 싼 편도 아니었다. 원래는 두 명이 쓰는 방인데, 아직 사람이 구해지지 못해서 나 혼자 살게 됐던 아파트이다. 처음으로 그것도 외국에서 혼자 살게 된 공간이라는 것이 기분도 좋았고, 이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생활했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면 저녁에 동네 산책을 하기도 하고, 가볍게 달리기도 했다. 조용한 주택가였고, 달리기 좋은 공원도 있었다.
일본 친구도 불러서 같이 한국 라면을 끓여먹기도 하고, 어묵탕을 끓여먹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뭔가 잘 풀리는 것 같다 싶었는데, 결국 이 집에서도 4개월 만에 나가게 되었다.
원래 계약을 할 때, 두 명이 입주하는 방을 계약한 상태에서 나 혼자만 입주를 했던 것인데, 내가 사는 동안 다른 입주인이 전혀 없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말고도 옆에 다른 건물은 한국에서 관광 온 사람들에게 렌탈을 해주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집주인 쪽에서 다음 달까지 같이 살 사람을 내가 구하던지 못하겠으면 두명치 월세를 내던지, 그것도 안되면 나가 달라라는 반협박을 받게 되었다.
만 24살의 어린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 채 결국은 그 집을 나오는 것으로 선택했고, 4개월의 짧은 혼자만의 생활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외국에 나가면 한국인을 조심하라는 건가 싶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안 좋은 결말로 이 지역을 벗어나서인지 현재는 그렇게 좋은 이미지가 남아 있지 않다.
세이부 이케부쿠로 선(西武池袋線) 한 개 노선만 다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하지도 않고, 누마부쿠로(沼袋)라는 지역명에서 알 수 있듯이 저습지가 자리하던 곳을 개발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반이 약한 지역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조용한 주택가를 선호해서인지, 월세도 저렴하고 조용하고 치안이 좋은 걸로 여자 혼자 살기에도 좋은 동네라는 평을 받는다.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타카츠구(神奈川県川崎市高津区)
일본에 있는 몇 달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사귀게 된 한국 친구에게 현재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자기가 곧 집을 구할 예정이고 고맙게도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해주었다. 이런 저러한 상황으로 인해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다.. 도쿄도를 벗어나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이라는 곳으로. 사실 주소상으로만 그렇지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서울 옆에 있는 일산이나 부천같이 도쿄와 아주 가까운 지역으로, 한정거장만 이동하면 부촌 동네인 후타코 타마가와(二子玉川) 역(애칭으로 니코 타마 にこたま 라고도 한다.)이 나오는 곳이었다.
후타코 신치(二子新地) 역부터가 가나가와현(神奈川県)이고 후타코 타마가와(二子玉川) 역부터는 도쿄도(東京都)이다. 그 사이에는 다마강(多摩川)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는데, 매년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이 주변에서 불꽃놀이(하나비 花火)를 아주 성대하게 한다.
이 시절에는 아이폰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아서, 제대로 된 사진은 구글에서 검색한 많은 이미지 참고를 위해 URL을 붙여둔다.
후타코 신치에 살 때는 회사가 있는 이케부쿠로(池袋)와 꽤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나가,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패턴이 계속 될 수 밖에 없었다. 후타코신치 역 주변은 그저 한적한 주택가에 가게도 많지 않아서 정말 놀 곳이 없었고, 갈아타는 역이 시부야(渋谷)였기에 갈아타는 사이에 시부야 역 주변에서 친구를 만나서 놀기 좋아 더 늦게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주말이 되면 한정거장 더 이동을 해서 후타코 타마가와(二子玉川) 역 주변에서 산책을 하거나, 후타코타마가와 역 앞에 있는 타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에 있는 스타벅스(スターバックス)를 이용하기도 했다.
현재는 공사가 다 끝났지만, 내가 살던 당시에는 후타코 타마가와 역 주변에 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어, 강 주변에는 허허벌판의 공원만 있거나, 역 근처는 공사 소리로 굉장히 시끄러웠다. 소음을 피해 백화점 안으로 자주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한정거장 사이에 강을 두고 도쿄와 가나가와로 갈리는데, 정말 빈부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재개발 이 진행되면서 일본의 거대 기업 라쿠텐(楽天)이 본사를 후타코 타마가와(二子玉川) 역 바로 앞으로 이동시켰고, 그로 인해 그 주변에 대형 타워맨션도 많이 생겼다. 이미 부자동네 이미지가 있었는데, 라쿠텐 본사로 인해 상업시설이 늘어나고 거대 쇼핑몰이 생기면서 더 부자동네 이미지가 생겼다.
유일하게 후타코 신치 역 주변에서 즐길 수 있었던 건 강변에서 열심히 산책을 하거나, 러닝을 하는 것.
강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해놓았기 때문에 주말이 되면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과 어른들도 많았고, 강변을 따라 런닝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달리기에는 최적이었다. 다만 내가 살던 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찬 강바람에 몇 번 달리지는 못 했던 것 같다.
후타코 신치는 전철 노선도 한 개 밖에 없다.
출퇴근 러시 시간에 사람이 많기로 유명한 덴엔토시선(田園都市線)만 다니는 역으로, 이미 가나가와현 저 안쪽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부야 방향으로 이동해 오기 때문에, 내가 타는 아침, 저녁 시간에는 압축된 콩나물처럼 탈 수밖에 없었다. 이 쪽에 살면서 제일 힘들고 정말 이사를 결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중에 하나였다. 많은 사람들이 덴엔토시센이 다니는 지역(도쿄도 세타가야구 東京都世田谷区) 에 사는걸 선호하지만, 실제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노선 중에 하나이다. 사람들이 많은 사는 지역임에도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전철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한정거장 지나 후타코 타마가와 역으로 이동하면, 토큐 오이 마치선(東急大井町線)이 다닌다. 하지만 도심 23구 안으로 다니는 선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아니다.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후타코 신치에 대한 평도 알아보면, 대체적으로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곳의 장점으로 나오는 것들이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물론 안 좋은 점들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내가 느낀 그대로가 단점으로 기록되고 있었다.
룸 셰어 하는 동안에는 많은 절약이 되어 좋은 점도 있었지만, 회사를 바로 옮길 수는 없었고, 출퇴근이 너무 힘들었기에 난 곧 이사를 결심했다. 결국 후타코 신치에서도 3,4개월 정도 살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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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참 많이 다녔다.
한편으로 끝나지 않을 줄 알았다.
오늘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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