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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재택근무하기

일본 도쿄 생활/일본에서 일상보내기

by 꼬메뜨 2021. 10. 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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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재택근무하기

 

출산휴가와 육아휴가를 연달아 쓰고, 아이가 두 돌 되기 직전에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올해 4월, 나는 2년 1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하게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강제적으로 자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나 또한 복귀하는 첫날만 사용하던 노트북과 모니터만 제공받고 간단한 서류 절차를 위해 회사에 출근하고 그 후로는 재택근무를 계속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림픽도 8월에 개최하고, 올림픽을 코 앞에 두고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도쿄도에서는 지자체와 별도로  대기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사 단체 접종을 실시했고 나와 남편도 8월에는 두 번의 백신 접종(모더나)을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구름 잔뜩 낀 하늘. 저 멀리 스카이트리가 원래는 보이는데.
재택근무하면서 베란다에 자주 나간다. 나가고 싶어서...나가고싶다. 오늘은 하루종일 우중충.

 

 

코로나가 아니였다면 어쩌면 할 수 없었을 수도 있는,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장단점을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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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근무의 장점

 

  • 육아, 집안일, 회사일을 시간별로 나눠서 내 계획에 맞춰서 할 수 있다.

 

회사에서 일을 하더라도 중간에 쉬는 시간도 있다. 사내에 설치되어 있는 마사지체어를 이용한다든지, 휴게실에서 동료와 잠깐 커피타임을 갖는다던지. 그렇게 잠깐 브레이크 타임을 보내는 것이 일할 때도 머리가 잠깐 쉴 수 있어 좋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잠깐 쉬는 시간에는 집안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마사지체어 대신에 침대에서 잠시 누울 수 있었고, 휴게실 동료는 없지만, 빨래를 개면서 잠깐 머리를 비워낼 수 있었다. 설겆이도 할 수 있고, 낮에 갑자기 비가 오면 베란다에서 금방 빨래를 옮길 수도 있었다. 

 

집안일을 중간중간에 해치울수 있다 보니 보육원에서 아이를 데려와도 집안일에 쫓기지 않을 수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열이나서 데려가야 할 때도, 하던 업무만 금방 정리하고 집에서 바로 보육원까지 갈 수 있으니 아이를 맡기는 입장에서도, 봐주는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좋았다. 만약 회사에서 보육원으로 갑자기 가야 하는 경우라도 최소 20분에서 30분이 걸릴 것을, 집에서는 5분이면 충분했다. 옷만 갈아입고 가면 되니까.

 

너무나 당연스럽게도 육아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한다는건 정말 꿀 같은 일상이었다.

 

  • 마스크를 안 쓰고 일할 수 있다.

남편 쪽 회사는 처음부터 선택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였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쭈욱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만(남편은 집돌이라 집을 좋아하는 사람), 내가 다니는 회사는 7월부터 월요일, 금요일은 출근하는 날로 바뀌었다. 

 

올해 12월까지는 월/금요일만 출근, 화/수/목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게 되는데

재택근무를 하는 날과 출근하는 날은 정말 하루에 쓰는 체력 자체가 다르다. 

 

재택근무를 할 때는 장 보러 가거나, 택배를 받을 때, 아이의 보육원 등 하원을 제외하고 집안에서 마스크 쓸 일이 없다. 하지만 회사를 출근할 때는 이미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퇴근하는 시간까지 점심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을 수밖에 없다. 

 

월요일, 금요일만 출근하다 보니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위해 회의시간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마스크를 쓴 채로 회의를 하고 나오면 정말 어지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마스크를 장시간 쓴 채로 말을 하는 것도 피곤한데, 같이 회의하는 사람들이 한 방에 몰려있다 보니 그것 또한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도 신경 쓰고, 호흡도 잘 안되고, 산소도 부족하고. 여러 가지를 신경 쓰다 보니 회사에만 가면 두통이 점점 심해진다. 

 

또 마스크 브랜드에 따라서는 장시간 착용 시에 귀가 아플 때도 있어서, 가급적이면 마스크를 두세 개 여분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비말이 자주 튀어서 신경 쓰일 때도 버리고 새로 쓰고, 귀가 아플 때도 새로운 걸로 바꿔 쓰고. 이것 또한 자택 근무였으면 없었을 낭비라고 생각한다.

 

  • 외식값을 아낄 수 있다.

 

전에는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을 도시락을 싸서 가지고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남편과 같은 직장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도시락을 준비하는 거라 여러 의미에서 귀찮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 꺼만 도시락을 싸기도 귀찮고, 회사에 간 김에 외식도 하고 싶고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기에 도시락을 싸지 않는다. 

 

 남편은 내가 차려주지 않는 이상 혼자 밥 먹는 날은 무조건 시리얼 아니면 컵라면으로 때우고 있다. 

 

그런데 자택 근무하는 날은, 전날 남은 음식을 데워서 그대로 먹을 수도 있고, 남편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남은 음식 해결하기
재택근무날에는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걸 처리하곤 한다. 남은 카레에 면 넣어서 카레우동으로 먹던 날, 양손신공

 

점심을 먹고 나면 졸려지기 때문에 당연하게 마시게 되는 커피도 집에서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으니, 여러모로 외식값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 재택근무만으로도 충분히 일 할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아버렸다.

 

사실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첫날에는 오랜만에 하는 일이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바뀐 것들도 많고, 서류를 찾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변한 것들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당연한 시간이었는데, 만약 회사였으면 바로 직접 물어보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을 챗을 통해서 질문을 하고, 답을 듣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역시 하루로 끝났다. 

 

 

질문을 하고 답을 받기까지의 시간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고, 직접적으로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니 불필요한 잡담도 적어졌다.

 

물론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IT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제 충분히 재택근무만으로도 일할 수가 있음을 드디어 깨닫게 되는 시간이 아니였을까.

 

집에서 근무중

 


 

물론 재택근무에도 단점은 있다. 내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단점들도 여러 개 된다.

 

  • 재택근무의 단점

 

  •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 회사에도 재택근무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사원이 몇 명이나 나왔고, 그중에는 그만둔 사람이 세 사람이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우리 팀에서도 한 명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현재도 병원에 다니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 강제적인 재택근무로 인해 사람과의 만남이 완전히 차단되다 보니,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예 없어져서 일상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우리 회사에는 그만둔 젊은 사람의 예를 들어보자.

 

코로나 전에는 집에서는 잠만 자고, 밥도 전부 외식으로 해결하던 사람이었는데, 집에 인터넷도 설치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인터넷은 필수라고 생각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집에 설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상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일본 젊은이들 중에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도쿄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월세를 제외한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또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경우 아직까지도 인터넷 설치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건물도 존재한다.

 

그 그만둔 직원도 갑작스럽게 재택근무가 강제적이 되면서 집에서는 할 수가 없으니, 자기는 출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듯하다. 어쩔 수 없이 출근은 했지만, 넓은 사무실에 혼자만 출근하게 되고, 나중에는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고 집에서도 근무를 했지만, 우울증으로 인해 살도 많이 빠지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그만뒀다고 한다. 

 

초등학생 이상의 자녀를 둔 사람들도 재택근무하기를 힘들어한다.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면서 집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책상이 모자란다거나, 집에서는 일하기 집중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환경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집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더라도 일하기 자체가 하기 힘든 환경의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경우 방 두 개에 살면서 한방은 침대방으로 쓰고, 이미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상태라서 방 하나를 사무실처럼 이용하고 있다. 

(이런 틈을 잘 노리는 부동산 업체들도 요새는 [재택근무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방 설계]를 하나의 포인트로 잡고 광고도 많이 한다.)

 

재택근무하기 좋은 집이에요~
재택근무하기 좋은 집입니다! 광고

 

복귀를 하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됐지만, 남편이 쓰는 방에는 이미 책과 남편이 쓰는 책상과 기타 등등의 짐들이 있는 상태라 책상을 하나 더 놓을 수 없었고, 결국 나는 식탁에서 일하고 있다. 밥 먹을 때마다 키보드와 마우스 등등 정리할 수 있는 건 바로바로 정리하면서 밥을 먹고, 일할 때는 다시 세팅하고. 

 

식탁이기 때문에 식탁의자에서 일하다 보니 허리도 많이 아프다. 집이 넓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위드코로나 시대에는 다시 매일 출근할 수도 있으니 갑자기 외곽으로 이사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 넓은 곳에서 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재택근무할 때는 요렇게 일을 한다
식탁에서 일하는 중

 

  • 부부싸움도 늘어났다고 한다.  

이건 정말 나랑은 관계없는 일이지만, 재택근무로 인해서 부부싸움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평소에 각자 다른 회사에 다닌다거나 어느 한쪽만 출근을 하면서 낮 동안에는 따로 활동하고 저녁만 같이 먹던 부부들이 자택 근무로 인해 거의 24시간을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불화가 많이 생겼다고 한다. 

 

사춘기에 온라인 수업을 하는 학생, 하루 세끼 다 밥을 차려야 하는 엄마, 갑작스러운 재택근무로 집콕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아빠.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을 안고 있는 상태에서 각자의 스트레스가 서로에게 향하고 싸우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로 인해 이혼하는 사람들도 늘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나와 남편은 원래 첫 만남부터 사내결혼에 24시간 함께하는 생활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먼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보다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한 일본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나 또한 외식을 할 수 없으니 하루 세끼 모두 집에서 해결하는 것 자체도 처음에는 좀 부담스러웠다. 식기세척기 없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 절대적인 운동부족

 

출퇴근을 하다보면, 회사와 집을 이동하면서 전철을 타고, 걷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활 동작으로 몸이 움직여지는데, 자택근무를 하다보니, 그런 동작이 현저하게 줄었다. 

 

아침에는 아이의 보육원(어린이집) 등원을 할 때, 저녁에 하원을 하는 정도의 짧은 외출이 있는가하면, 어떤 날은 등하원을 남편이 다 하고, 장보러 나가는 일도 없다보면 정말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게 된다. 

 

스스로도 운동부족을 많이 느끼기에 요새는 비가 오지 않는 이상, 일부러 점심을 먹고 외출을 하기도 한다. 집 주변에 있는 까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 한다든지, 일부러 편의점에라도 가서 가벼운 스낵거리를 산다든지.

 

'이러면 안되겠다.' 라고 느끼는 날은, 유튜브(YouTube)를 보면서 홈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부족함을 느낀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재택근무를 선호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재택근무만으로는 일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우리 회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회사든지 위드 코로다 시대에도 자택 근무가 강제적이지 않은 선택사항으로 남겨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기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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