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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출산 후기 : 일산 차병원에서 유도분만, 자연분만으로 출산 성공

한국 여행기/한국에서 이것저것

by 꼬메뜨 2023. 4. 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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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도 유도분만이다.

첫째부터 노산이라 들었는데, 당연히 둘째도 노산인데 아기가 큰 편이라고 한다. 36주 검진 때 자연분만을 원한다면 40주까지 기다리는 거보다는 타이밍을 보고 좀 더 빠른 주수에 유도분만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다. 나는 첫째 때 자연분만이 할만하다(?) 생각되었기에 자연분만을 원한다고 이야기했고, 그대로 38주에 유도분만 예약 날짜를 잡았다. 예정일보다 8일 정도 빠른 38주 6일에 유도분만을 예약하게 되었다. 

유도분만 예정일이였던 임신 38주 6일
유도분만 예정일이였던 임신 38주 6일

 

사실 유도분만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이미 막달에 기분은 왠지 그전에 나오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과 몸의 반응(?)이 보였다. 가끔씩 배가 콱 조여지는 가진통을 느낀다거나, 정말 숨이 차오르고 밑이 빠질 것 같고, 점점 아이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밥 먹기가 좀 더 수월해지고, 그래서 왕성한 식욕을 못 참고 꽤 많이 먹게 되는 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더 훌쩍 커버리지 않게 식욕을 좀 주체했어야 하는데...대부분의 산모들이 그렇듯이, 나도 잘 안 됐다. 

 

첫째 때도 유도분만에 자연분만을 했기에 일상 중에 갑작스럽게 진통이 오는 경험을 하지 못한 나와 남편. 나는 자연스러운 진통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기에 입원 예정일보다 아이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보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내가 갑자기 으헉! 하면서 진통이 오면 어쩔 것이냐, 자다가 갑자기 '오빠!'를 부르면 어쩔 것이냐, 첫째 아이 하원을 가는 중에 갑자기 내가 으헉! 하면 어쩔 것이냐 등등 여러 상황을 상상해 가면서 예를 던져보았는데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유도분만해서 마음의 준비가 된 상태에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유도분만 날짜를 잡게 되면 이것저것 마음의 준비도 되고, 계획된 날짜에 아이가 나와준다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기에 좋은 점도 있다. 하지만 뭔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은 역시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결국엔 유도분만 입원일까지 아기는 나오지 않았고, 예정대로 나는 일산 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일산차병원 공식 HP]

 

일산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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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차병원에 입원은 하루 전날에 했다.

허유재 병원과 다르게 일산 차병원은 유도분만일 당일 입원이 아닌 하루 전날 입원이였다. 하루 전날 밤 8시에서 9시 사이에 입원하고, 다음날 새벽 이른 시간부터 촉진제 사용을 한다고 한다. 

 

입원을 하고 나면 아기를 낳을 때 까지 금식에 들어갈 걸 알고 있었기에 출산 마지막으로 먹은 건 평소에 좋아하는 돼지갈비를 먹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게 되면 공기 문제로 한동안은 고깃집에 못 가게 되니 더 먹고 싶었다. 평소에 집 근처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되는 파주에 있는 훈장골에서 양념 돼지 갈비를 아이와 남편과 함께 맛있게 먹고 집에 와서 샤워를 마치고 병원으로 향했다. 

 

9시 5분 전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병원에서 아직 입원을 안 해서이지 전화가 왔다. 원래는 6층 원무과에 들려 72시간 내의 PCR검사 음성 확인 문자를 보여주고 나서 분만실로 가면 됐지만, 6층 원무과가 마감한 상태라고 하면서 1층에 있는 응급실 원무과에서 확인하고 들어오면 된다는 안내 전화였다. 

 

미리 안내를 받아서 헤매지 않고 1층 응급실 원무과에서 코로나 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나서 6층 분만실로 향했다.

 

남편은 여기에서 더 들어가지 않고 집에 들어가고 나 혼자 분만실로 들어가 입원하기로 했다. 첫째 아이가 아직 우리와 떨어져서 자 본 경험이 없기에 아빠와 둘이서 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다음 날 유치원 등원도 해야 하는데 아이의 등원까지 마치고 나서 병원에 오면 오전 10시 정도, 그때 오더라도 아직 분만 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시댁 식구들에게 부탁하고 같이 있을 거라고 했지만, 첫째 아이가 갑자기 둘 다 병원으로 가버리면 많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 내가 더 불안했다. 유도분만을 한다고 해도 아이가 그렇게 금방 내려오지 않으니 내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남편과는 6층에서 헤어졌다.

분만실에 본인 확인 후에 들어가니 바로 가족 분만실로 향했다. 지금까지 출산 경험이나 유산 경험, 현재 몸 상태 등등 필요한 질문들에 대답을 하면서 병원 옷으로 갈아입고 바로 관장과 함께 제모를 시작했다. 정맥주사로 수액을 맞으면서부터는 물도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난 뒤, 아기와 나의 심박수와 함께 자궁 수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기계를 배에 붙이고 침대에 누웠다. 

 

약 30여분의 시간 동안 새벽에 있을 유도분만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서 새벽 6시부터 촉진제를 사용할 거라는 안내와 함께 잠을 잘 수 있도록 안내해 줬다. 자라고 해 놓고 불을 안 끄고 나간 간호사 때문에 결국엔 새벽 3시까지 제대로 잠들 수가 없었다. 드디어 아이와 만난다는 기쁨과 그 아픔을 견뎌야 만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교차하면서 잠도 잘 오지 않는데 불까지 켜 있으니 더 그랬다. 중간에 간호사를 불러 불을 좀 꺼달라고 부탁하자 그제야 불을 꺼줘서 2시간 정도 잠들 수 있었다. 

 

차병원은 허유재와 다르게 간호사들이 젊은 분들이 많았는데, 정맥주사를 놓는 사람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건지 보통 간호사 한 명이 모두 처리하는걸 두 사람이 붙어서 정맥주사를 간신히 넣을 수 있었다. 좀 불편한 느낌과 함께 아파서 좀 아픈 것 같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불편함 때문에 그런데 조금 시간 볼게요라면서 그대로 자리를 뜨고, 새벽에 교대로 들어온 다른 간호사가 들어와 수액을 하면서 내 정맥주사 자리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산모님, 팔 많이 아프지 않으셨어요? 엄청 많이 부었는데." 

 

팔이 아팠지만, 원래 아픈거라고 해서 그런줄만 알았지.
팔이 아팠지만, 원래 아픈거라고 해서 그런줄만 알았지.

그러게, 아프다고 말했는데 처음에는 아플 거라고 말했다고 전해주자 팔을 바꿔야겠다면서 왼쪽에 있던 주사 바늘을 빼고, 오른팔에 새로 놓게 되었다. 주사 바늘을 빼고, 불을 켜고 다시 내 왼팔을 보니 정말 엄청나게 부어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더 아픈 건가 싶어서 간호사를 더 부르지 않았던 내 잘못도 있지만, 두 명이서 정맥주사 놓을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그때부터 오른손잡이인 나의 오른팔에 정맥주사까지 있으니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아주 불편했다. 왼팔도 부어서 아프고, 오른팔에는 수액과 함께 주사 바늘이 꼽혀있고. 억울한 기분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으니 이 때는 그냥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겼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일산 차병원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떨어져 갔다.

 

새벽 6시, 촉진제 시작

새벽 6시가 되자마자 촉진제를 넣기 시작했다. 15분 간격으로 약의 양을 늘려가면서 자궁 수축 정도를 보고, 나와 아기의 심박수를 계속 확인해 갔다. 7시까지 촉진제 양을 계속 늘려나갔고, 7시부터 조금씩 자궁 수축이 심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빨간 숫자가 아기의 심박수, 오른쪽의 초록 큰 글씨가 자궁 수축도, 밑에 있는 작은 초록 숫자는 나의 심박수
빨간 숫자가 아기의 심박수, 오른쪽의 초록 큰 글씨가 자궁 수축도, 밑에 있는 작은 초록 숫자는 나의 심박수

자궁 수축 수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던데 나는 평소에는 10에서 20 사이를 오가다가 수축이 심해지면서 아파지면 수치가 90대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 아픔이 계속되는 게 아니라 한 4,5초 정도? 정말 짧게 아프다가 다시 수치가 내려가면서 아픔도 사라진다. 하지만 간격적으로 아픔이 오고 갔기에 둘째이기도 하고, 정말 빨리 출산하려나 싶어 수축이 없을 때 얼른 남편에게 문자로 연락을 했다. 일찍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왠지 기분 같아서는 10시 전에 이 진통이 진진통으로 바뀌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상하게도 9시 정도부터 자궁이 수축하는 시간 간격이 들쑥날쑥 해졌다. 남편은 예정대로 10시에 왔고 다행히 아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간 있었던 혼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남편은 첫아이가 유치원 등원 잘했다는 것과 자기 전에 엄마 엄청 찾았다는 것과 엄마랑 같이 못 자서 슬퍼했다는 것 등등을 알려주었다. 나 또한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처음으로 따로 자는 것이었기에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하지만 곧 새로 태어날 아기를 반겨줘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우울해지지 말자고 금세 마음을 고쳐먹고 자궁 수축에 집중했다. 

 

11시 30분쯤이 되어도 실제 진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점심시간 지나서야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남편에게 지금 얼른 점심 먹고 오라고 말했다. 안 가고 그냥 있겠다는 걸 지금이 아니면 못 먹는다, 아기 나올 때 아빠가 기운 없으면 안 된다 등등 잘 달래서 점심을 먹으러 보냈더니 30분 만에 돌아왔다. 일산 차병원에는 1층부터 3층까지 커피를 파는 곳도 있고 빵도 팔고 여러 식당들도 있어 가깝기 때문에 금세 먹고 올 수 있는 건 좋았다. 좀 더 천천히 먹고 와도 되는데 왠지 마음이 급해서 얼른 먹고 왔다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게 오후 1시를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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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은 왜 그리 자주 하는지.

자궁문이 열린 정도를 확인하거나 자궁 경부를 확인하기도 하면서 내진을 하는데, 이게 정말 아프다. 낯선 손이 내 밑을 마구 휘갈기는 느낌. 

 

처음에는 아직 자궁문이 1센티도 안된다는 말에 이번에도 또 그렇구나, 또 길어지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전 중에 다른 간호사가 와서는 양수를 터트리고 갔다. 그러면서 얼마나 열렸는지 말도 안 해주고 그냥 가버린다. 아니 상황을 산모에게 좀 설명을 해줘야 할 텐데, 내진으로 고통받다가 그냥 손 쑥 빼고 다른 간호사에게 "양수 터트렸어요~"전해주기만 한다. 이 전까지는 젊은 간호사 분들이 케어해 줬는데 오후가 되어갈수록 나이가 좀 있고 경력이 있는 간호사들로 바뀌면서 오히려 점점 설명이 없어졌다.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건지 설명도 없이 그저 자궁수축도를 보면서, 내가 아픔의 강도를 느끼면서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담당의가 와서도 내진을 했지만, 아직 아기가 많이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만약 5시까지 분만이 안되면 내일 다시 하자는 말도 있었다. 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는데도 나는 왠지 아기가 오늘 나올 것만 같았다. 아픔의 강도가 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드디어 무통주사!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드디어 무통주사 맞아도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무통 주사를 맞을 자세를 만들어주는데 이미 이때부터 진통이 꽤 심했고, 수축도는 127까지 올라가면서 나는 남편 손을 다 잡아 뜯을 것처럼 꽉 잡았다 푸르기를 반복했다. 무통 주사 맞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응급환자가 들어와서 내가 맞을 타이밍에 다른 환자를 먼저 처치하러 가버렸다고 한다.

 

잠시 기다려달라고 한 게 1시 20분인데, 마취과 선생님은 결국 2시가 지나서야 들어왔다. 너무 아파서 도대체 언제 오냐고 정말 10번은 물어본 것 같다. 남편은 이때가 가장 마음이 안 좋았다고 한다. 엄청 고통스러워하는데 선생님은 안 오시고, 이게 간호사들 잘못도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본인도 답답했다고 한다.

 

2시가 지나서 드디어 무통주사를 맞기는 했지만 효과가 금세 나타나지는 않았다. 다리를 피고 10분에서 1시간이면 약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하는데 첫째 때는 무통의 효과를 봤지만 이번에는 약 효과가 금세 들지 않아 몸이 너무 지쳤다. 그런데 아기가 밑으로 꿈틀대는 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급속분만이라는 것인가!

아직 무통주사의 효과를 보지도 못했는데, 아기가 밑으로 움직이는 게 느껴지고 정말 금방이라도 나올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지금 당장 간호사 불러야 한다고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금세 들어온 간호사에게 지금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바로 내진을 보고 나서 분주하게 출산 준비를 서두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픔과 함께 소리도 지르고 정신이 없고 눈도 감고 있었지만, 간호사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급하게 출산 준비를 하면서 내 다리를 올려놓고 자세를 잡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출산이 임박했음을 느꼈다.

 

진통이 아픔이 있는 그 와중에도 분주함을 느낄 만큼, 이상하게 엄청 많은 간호사들이 몰려왔음을 느꼈다. 이때 들린 소리가, 담당의가 다른 진료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아이를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세상에. 세상에.

 

그러면서 아마도 경력이 있는 간호사 한분이 자기가 받을 테니 어쩌고저쩌고 라는 말들이 오고 가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 갑자기 "담당 선생님 오셨어요!"라는 말이 들렸다. 나는 힘을 주었다가 빼기를 반복하는 중에 담당 선생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 소리를 듣고 나서 힘주기 두 번 만에 아기가 쑤욱 빠져나왔다. 

 

2시 10여 분에 간호사를 부른 후 아기는 2시 58분에 나와주었다. 38주 6일, 3720g의 건강한 남자아이.

 

일산 차병원에서는 캥거루 케어를 하지 않았다.

출산 전 마지막 검진 날에 첫째를 허유재병원에서 낳으면서 캥거루 케어를 진행했었기에 이번에도 가능한지를 담당 선생님에게 물어보았다. 아기와 산모가 건강하다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도 아기도 건강하게 나왔지만 캥거루 케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편이 탯줄을 자르고 후처치를 하는 동안 아기는 수건에 둘둘 말아진 상태로 나에게 안겼다. 간호사에게 캥거루 케어 한다고 했었는데요라고 전했더니, "지금 할 수가 없어요, 아기 데리고 가야 해요."라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캥거루 케어 없이 수건에 둘둘 말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아기를 안게 되었다. 가슴으로 안고 싶었건만.
캥거루 케어 없이 수건에 둘둘 말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아기를 안게 되었다. 가슴으로 안고 싶었건만.

 

일산 차병원에서는 모유수유를 권장하지 않았다.

후처치를 마치고 입원실로 이동 후 입원 중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미역국과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고. 모유수유와 아기 면회가 가능한 시간 등을 확인하면서 깜짝 놀랐다.

 

코로나 때문에 모자동실도 안되고, 심지어 모유수유도 하루에 한 번만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3번으로 제한 두던 것을 현재는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다면서 당일에는 모유수유를 할 수가 없었다. 

 

아기 면회도 외부인이 안 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병원에 있는 산모와 남편에게도 하루에 한 번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도 예약제라서 미리 예약하지 않고 타이밍 안 좋으면 하루에 한 번 있는 그 시간도 볼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에는 모유수유에 대한 중요성 등을 써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행해지고 있지 않는 모습에 한번 더 실망스러웠다. 

입원 중에 1인실 이어도 좌욕기가 없는 방이 있다.

입원 결정을 할 때 입원실 배정 시에 어떤 타입을 원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있었다. 1인실은 3가지 타입이 있었는데 1인실임에도 불구하고 좌욕기가 없는 방이 있었다. 운이 없으면 그 방이 될 수도 있어서 나는 세 가지 타입 중에서 좌욕기가 없는 방을 나중 순위로 올리고, 정말 운이 안 좋아서 1인실이 없을 경우에는 2인실, 3인실 이런 식으로 배정을 했다.

 

그렇게 운이 안 좋았던 건 아닌지, 1인실 배정은 되었지만, 좌욕기가 없는 제일 비싼 타입의 방이 선정되었다. 금액은 비싼데 좌욕기가 없다니. 여기서 또 한 번 실망했다.

 

매끼 미역국. 정말 매 끼니마다 미역국.

한국은 산모에게 차려주는 음식으로 미역국이 너무나 당연시되어 있다. 하지만 정말 입원하고 있는 2박 3일 동안 똑같은 소고기 미역국이 하루 3끼 나오는 건 좀 별로였다. 조개를 넣는다던지, 황태를 넣는다던지 다양한 방법이 있거늘! 

 

여러 가지 실망을 거듭해서인지 먹는 걸로도 불만이 생기기도 했다. 

 

드디어 퇴원, 마지막에는 결국 욱 해버렸다.

자연분만에 아기가 크게 태어나는 바람에 회음부가 많이 찢어졌기에 걸을 때마다 아픔이 지속됐다. 앉을 때는 회음부 방석이 없으면 정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아기도 볼 수 없고, 모유수유도 이틀째에 한 번밖에 못 하고, 좌욕기도 이동해야 하고, 밥도 맘에 안 드는 등 여러 가지 불만사항이 많았기에 내가 왜 출산 병원은 일산 차병원으로 했을까라는 후회를 계속하면서 2박 3일을 보냈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 퇴원 시간 전에 미리 아기 용품을 신생아실에 건네주고, 방 정리를 끝낸 다음, 얼른 별도로 예약한 조리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준비를 마치고 퇴원 시간에 맞춰 마지막에 신생아실로 향했다. 

 

퇴원한다고 이야기하고 친정엄마와 신생아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5분 정도를 서서 기다리는데도 안 나오고 따로 간호원이 안내를 해주는 것도 없었다. 아직 회음부 통증 때문에 회음부 방석 없이는 앉지도 못하고 서성거리고 있는데 주차장에 주차를 마친 남편도 올라오고, 10분 정도를 기다리자 나와서 하는 말이 아기가 배고픈지 울어서 분유를 좀 주려고 하니 좀 더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때, 안 그래도 오락가락한 내 감정이 터져버렸다.

 

밖에서 계속 기다리게 해 놓고, 말도 없고, 아기 모유수유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만나지도 못 하게 하고, 이제 퇴원한다고 했는데 퇴원 시간 맞춰서 왔더니 준비도 안되어 있고, 밖에서 한참을 기다리게 해 놓고 이제야 아기 분유를 먹인다는 거냐, 애가 울어서 시간이 걸리는 거라고  미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다다닥 말해버렸다. 딱히 그 간호사의 잘못은 아니지만, 내 아이에게 첫 수유를 하루 지나서야 하고,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 설움이 이때 폭발했다. 

 

간호사는 당황했는지 죄송하다고 하면서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은 나를 진정시키고, 똑같이 불만을 가지고 있던 엄마는 자리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런데 1,2분도 채 되지 않아 문이 열리더니 좀 전의 그 간호사가 나와 준비 됐다면서 들어오라고 한다.  

 

들어가 보니 아기는 울지 않고 있었다. 여기서도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얼른 이 병원을 그저 나가고 싶은 생각에 퇴실 순서대로 설명을 들었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의 상태를 적어놓은 종이와 함께 아기를 데리고 나가면서 이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일산 차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라면, 이런 분들에게는 추천합니다.

만약 제왕절개를 한다거나 자연주의 출산에 별로 관심이 없다거나 모유수유 안 하고 분유 수유 중심으로 할 계획의 산모라면 일산 차병원을 추천한다. 일단 생긴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병원 건물은 깨끗하다. 같은 건물 안에 여러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기 때문에 입원 중에도 이용할 수 있다. 

 

시설의 깨끗함과 함께 편의시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긴 하다. 

 

하지만 나같이 모유수유를 원한다거나, 캥거루 케어, 아이와의 접촉을 최대한 늘리고 싶은 자연주의 출산을 원하는 산모라서 비추천한다. 간호사들이 젊은 층이 많다고 매번 진료 때마다 생각했는데 분만실에 있는 간호사들도 전체적으로 젊은 분들이 많다. 그분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경력이 있는, 산모가 불안해하지 않을 베테랑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7층 산과에서 유도분만 날짜를 예약하고 나서 간호사에게 설명을 듣는 날에도 간호사들 사이의 쌀쌀함에 깜짝 놀란 에피소드가 있다. 진료를 끝내고 나서 설명을 듣기 위해 간호사를 따라갔는데, 선배처럼 보이는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보면서 말하라는 눈짓을 줬다. 후배 간호사가 뭔가 어버버 하며 제대로 설명을 못 하자 후배 간호사의 말을 탁 자르고, 선배 간호사가 술술 전할말만 하고는 "안 해봤으면 안 해봤다고 말하지 그랬어."라고 내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후배 간호사에게 차갑게 한마디를 던지고는 가버렸다. 난 질문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질문이 있는지, 괜찮은지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가버린 것이다. 결국엔 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간호사에게 질문을 하고 확인을 끝난 다음에야 나갔지만, 그 간호사들의 짧은 대화를 들은 것만으로도 이 병원 안에서 간호사들끼리도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일할 때 얼마나 불편할지. 조금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너무 감정적이기도 하지만, 첫째를 출산한 허유재 병원과 많이 다른 점도 있었기에 혹시라도 두 병원 중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가 되면 좋겠다 싶어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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