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출산을 결심하고 난 후에 시댁 식구들의 소개로 이 병원에서 출산을 결정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작은 산부인과 혹은 여성 클리닉만 다니다가 이렇게 대규모의 출산 병원이 처음이었던 나는 첫 진료날부터 꽤 놀라기도 했었다. 병원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일본의 작은 병원들과 많이 비교가 되기도 했고, 너무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꽤 시간이 지난 기억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둘째를 다른 병원에서 출산하면서 비교되는 점들이 있어서 허유재에서 출산했을 때의 일들을 먼저 기록해 본다.
:: 허유재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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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재 병원에서는 2019년 5월에 첫째 아이를 출산했다. 일본에서 임신 생활을 하다가 34주부터 한국에 입국해서 허유재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출산부터 같은 건물 내의 조리원까지 이용하게 되었다.
2019년의 일이기에 기억이 하나하나 세세하지는 않지만, 출산 전까지 진료를 받을 때는 현재 임신 상황을 하나하나 간호사 분들이 확인해주던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별도 상담실에서 첫째 출산에 대한 이야기, 조리원까지 예약했기 때문에 출산 전부터 출산 후까지 여러 상담을 받으면서 교육까지 받을 수 있어서 굉장히 시스템이 잘 되어 있구나라고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간호사 선생님들은 모두 베테랑에, 친절했으며 전문가 느낌이 났었다.
의사 선생님은 사실 그렇게까지 친절하지는 않았지만, 경력이 있는 선생님이였기에 특별히 불만도 없었고 특별히 좋았다는 기억은 없다. (참고로... 2023년 현재 우리 첫 아이를 받아주셨던 선생님은 일산차병원으로 옮긴 상태였다. 허유재병원에 있던 꽤 여러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일산차병원으로 옮긴 듯하다.)
하지만 역시 일산 내에서 오래된 병원이라 그런지 노후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소변 검사를 할 때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소변을 종이컵에 본 후 화장실 내에서 작은 문을 열면 바로 검사실에 넘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한국에 온 후 보건소나 이 곳 허유재 병원에서는 소변이 든 종이컵을 들고나가서 간호사한테 직접 전달 혹은 그 장소까지 이동을 해야 했다. 중간에 사람하고 부딪히거나 해서 오줌이 묻으면 어떡하나 싶은 아찔한 상상을 항상 할 수밖에 없었다. 체중을 재는 기계도 옛날부터 쓰던 수동 체중계로 이곳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모습이라 레트로 시대를 느낄 수 있다.
첫 아이 때는 예정일인 40주 되는 날이 검진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궁문을 열리지 않았고, 아이는 이미 초음파 상으로 3500g이 넘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초산부터가 노산이었기에 담당의는 날짜를 정해서 이번주 안에 유도분만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연스러운 출산을 원했지만, 예정일을 지나면서부터는 불러온 배가 너무 힘들었고 아기가 크면 자연분만이 힘들다는 말도 신경이 쓰였기에 검진일이었던 예정일에서 이틀 후에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허유재 병원에서는 유도분만 당일 날 새벽 6시까지 분만실로 도착해서 진행을 시작했다. 미리 휴가를 받아놓았던 남편과 함께 입원했는데, 이 때가 내 인생에서 첫 병원 입원이었다. 아주 아기 때 입원한 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기억 속에 없기에 이때의 정맥 주사가 나의 기억 속에는 첫 정맥주사로 남아있다.
항상 팔꿈치에서 혈액검사할 때 피를 뽑거나 주사를 맞기만 했지, 이런식으로 팔 중간에 기다란 바늘을 넣는 경험이 처음이라서인지 가자마자 하는 모든 행위들이 다 무서워서 긴장 상태였는데 그 이후로는 긴장이고 뭐고 부끄러움까지 다 내다 던질 수밖에 없었다. 정맥주사로 수액을 놓고 나서는 거의 바로 관장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남편 있는 곳에서 관장약을 넣고 (남편은 커튼 뒤로 돌아가 있으라고 하기 때문에 직접 그 장면을 목격하지는 않는다.) 기나긴 10분을 참고 (못 참았다.) 화장실에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은 꽤 민망했다.
그렇게 관장이 끝나자 수액을 넣고 30여분이 흐른 뒤일까. 굴욕스러운 내진은 미친 듯이 아팠다. 노련해 보이는 간호사가 휘이휘이 하는데 어찌나 아프던지.
전혀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면서 복도에 있는 짐볼에서 마사지도 하고 열심히 걸으면서 운동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외에도 유도분만을 하는 산모가 한명 더 있었는데, 우리 부부와 함께 그쪽도 번갈아 가면서 짐볼도 하고 복도를 열심히 걸어 다녔다.
아침부터 점심까지 금식을 하면서 짐볼로 마사지와 걷기 운동을 아무리 해 봐도 약간의 수축으로 인한 진통은 있었지만, 결국 진진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몇 번의 내진을 더 하면서 결국엔 당일에는 출산이 힘들 것 같으니 저녁 식사를 하고, 입원실에서 하루를 자고 나서 다음날 새벽 6시부터 다시 진행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자궁 상태나 골반 상태가 좋아서 자연분만을 더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만약 내일도 진통이 약하게만 있다면 제왕절개를 하는게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혹시라도 촉진제를 투여했기 때문에 새벽에 진통이 올 가능성이 있는데, 새벽에는 마취과 선생님이 안 계셔서 무통 주사를 맞기 원한다면 주사 바늘을 미리 꽂아놔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에는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러려니 하고 미리 무통 주사 바늘을 등으로 맞고 자기로 했다. 하지만 결국 새벽에 진통은 오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아침부터 굶었던 나도 남편도 꽤나 지쳐있었기에 포장해서 사온 저녁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출산이 쉽지 않구나라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했던 게 생각난다.
그리고 다음날.
첫째 날과 똑같이 진행이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오전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이게 진짜 진통이구나 싶은 아픔이 규칙적인 간격으로 느껴졌다. 이제 드디어 출산 임박인가 싶어서 얼른 무통 주사를 좀 놔달라고 하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면서 기다리게 만들었다. 난 아파 죽겠는데 때가 아니라니 무슨 말인가요 선생님! 외치고 싶지만, 그런 마음의 여유도 없던 듯하다.
그런 진통을 꽤 오랜 시간 지내고 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통 주사를 맞고, 조금 아픔이 덜했던 것 같기도 하다. 무통 주사를 맞을 때는 등으로 물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꽤 고통이 경감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진통의 시간을 더 거친 후 오후 5시가 다 되어 자연분만에 성공했다.
아이는 3710g으로 꽤 크게 나왔다. 정말 유도분만을 하지 않았다면 배에서 더 자라서 자연분만하기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크게 나왔기 때문에 회음부도 절개할 수밖에 없었고, 회음부를 꿰맬 때 굉장히 아프기도 했다. 남편이 탯줄을 잘랐다고 하는데 아이가 나온 직후에는 '아- 이제 끝난 것인가'라는 개운함과 함께 정신이 가물가물했기에 직접 보지는 못 했다. 탯줄 정리를 끝내고 회음부 봉합 시술을 하는 동안 캥거루 케어를 시작했다. 나도 아이도 건강히 태어났기에 할 수 있었던 거라고 하는데, 첫 아이를 안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젖 냄새가 나서인지 간호사가 가운데에 눕혀줬는데도 자꾸 오른쪽 가슴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려는 아기의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 후로는 남편이 아이 확인을 하면서 밖으로 나갔고 나는 후처치를 끝내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 휠체어를 타고 입원실로 이동했다.
입원실로 이동 후에는 간호사의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저녁이 나왔다. 허유재 병원에서는 출산한 산모에게 첫 끼로 전복이 들어간 미역국을 준다고 하던데 정말이었다. 물김치를 제외하고 별다른 반찬이 없었지만, 전복이 들어간 미역국만으로도 맛있게 한 끼를 먹었다. 이틀 동안 아침 점심도 못 먹고 힘을 썼기에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밥도 반찬도 케이크도 다 먹었다.
2019년에는 코로나 같은 유행병도 없었기에 출산 소식을 듣고 시댁과 친정에서 축하한다면서 아기 얼굴 보러 많이들 오셨었다. 남편이 알려준 면회 시간에 맞춰서 다들 누구를 닮았네, 애가 크네, 산모가 고생했네 이런 축하 말들을 들을 수 있었다.
출산 후 첫 소변을 마치고 나서 첫 수유를 할 수 있다고 해서 소변이 나오기를 꽤 기다렸는데, 회음부가 너무 아프다 보니 소변볼 때 처음에 너무 무서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괜스레 겁을 먹어서 잘 안 나오니 수돗물을 틀어놓고 졸졸졸 물소리를 들으면서 첫 소변을 마쳤다.
허유재병원은 모유수유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쪽이었던 듯하다. 첫 소변을 마쳤다는 전화를 신생아실에 전달한 후 다음날 새벽부터 아기 수유 콜을 받았다. 신생아실과 입원실 층이 달라서 이동을 해야 했는데,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 천천히 이동하면서 신생아실에서 처음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물론 이 때는 빠는 힘도 없고 나오는 것도 거의 없지만, 아기의 입김과 함께 자극을 받아야 모유가 더 잘 나오기에 입원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수유콜을 받고 모유수유를 진행했다.
2박 3일을 그렇게 보내고 나서 함께 예약이 됐었던 허유재 병원의 조리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같은 병원 건물이었기 때문에 퇴원 후에 엘리베이터 타고 이동만 하면 돼서 너무나 편했다. 산부인과, 소아과 의사가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더 안심이 되었던 듯하다.
나도 아이도 다행히 건강히 출산을 했기에 특별한 이벤트 없이 원만히 2주를 보낼 수 있었다. 첫 출산과 함께 첫 산후 조리원 체험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아 이런 거구나 이 정도로 생각하고 넘겼는데, 현재 둘째를 출산하고 다른 조리원에서 보내면서 역시 이것저것 다르긴 하구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어떤 산후조리원이든 잘 되어 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저 내가 직접 경험했던 것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들만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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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허유재 산후조리센터 허유재 산후조리원은 단순한 산후조리의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많은 전문가들의 철저한 준비 끝에 탄생한 전혀 새로운 개념의 고품격 전문 케어센터입니다. 숨 쉬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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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는 하루 3번의 식사와 3번의 간식을 먹게 된다.
평소에 간식을 먹는 편이긴 하지만, 하루에 3번의 간식을 매번 먹다니, 처음에는 꽤 부담스럽다고 느껴졌는데 먹다 보니 다 들어가긴 하더라. 다만 산후에 몸이 많이 붓기도 했기 때문에 매끼, 매번의 간식을 다 먹기보다는 조금씩 남기기도 했다.
산후조리원에서도 새벽콜을 받아가면서 모유수유를 해서인지, 이렇게 많이 먹는데도 조리원을 퇴소할때는 출산 전보다 9키로가 빠져있었다.
음식은 당연히 병원식보다는 맛있었고, 미역국이 자주 나오기는 했지만 삼계탕이나 뭇국 같은 다른 국요리도 자주 나왔다. 메인 반찬은 생선과 고기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단백질 섭취가 될 수 있도록 매번 나왔다. 간이 세지 않은 편이라 나는 좋았다. 남편의 식사도 미리 신청을 하면 같이 먹을 수 있었는데 남편은 간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따로 밖에 먹고 오는 일이 더 많았다.
간식은 과일이나 요구르트 같은 건강식이 주로 나왔고 음료는 두유가 자주 나왔다. 죽도 여러 종류로 나왔는데 붓기에 좋은 호박죽 나왔을 때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허유재병원 산후 조리원 내의 프로그램 중에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꼭 참가했던 건 매주 2번 있는 요가 수업과 인형 만들기에 참가했다.
매주 2번 있는 요가는 산과가 있는 층으로 내려가야 했는데,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서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했다. 몸을 자주 움직여야 더 빨리 회복된다고 해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주 움직였는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참 좋았다.
아기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 인형 만들기 시간도 꽤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집에 있는데, 현재는 눈알이 빠져서 아이가 가지고 놀지는 못 하지만, 곧 만 4살이 되는데도 이 인형을 보면 꼭 안으면서 좋아라 하는 아이를 보면서 이 수업에 참가하길 잘했다고 줄곧 생각했다.
당시에는 매주 월요일에 신생아 촬영이 있었다. 미리 만삭 사진을 찍었던 '마이대디 스튜디오' 사람들이 나와서 신생아 사진을 찍어주는데, 우리 아이가 찍는 타이밍에 응가를 해 버려서 신생아 아가 특유의 그 신냄새를 방안에 풀풀 풍기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허유재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하고 허유재 산후 조리원을 예약하게 되면 계약되어 있는 스튜디오가 '마이대디 스튜디오'라는 곳이다. 만삭 사진부터 신생아 사진, 50일, 100일, 첫 돌 사진까지 한 번에 예약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촬영했던 2019년과 다르게 현재는 탄현역 근처로 자리가 바뀌었다.
[마이대디스튜디오 - 마이대디]
베이비, 가족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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