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고산(七五三, しちごさん, 753)은 7살, 5살, 3살 아이들을 기념하는 일본의 행사 중에 하나이다. 전에는 달랐다고 하는데 현재는 보통 여자아이는 3살/7살에 두 번, 남자아이는 5살에 한 번의 이벤트 같은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백일이나 돌 행사 같은 느낌이다.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이 잘 가는 신사 혹은 절에 가서 지금까지 잘 커준 아이에 대한 감사를 신에게 돌린다거나 그런 아이에게 잘 커서 다행이라는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는데, 요새는 덧붙여 가족 사진 촬영을 한다거나 스튜디오 촬영을 하기도 한다. 가족 행사이다 보니, 가족사진 촬영을 하면서 엄마, 아빠도 곱게 기모노를 입고 화장을 하고 꽤 큰돈을 들여 사진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 아이가 이번에 시치고산 촬영을 했어요~" 라고 말하면서 기모노를 입고 예쁘게 잘 꾸민 여자아이 사진을 보여주고, 또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도 아이가 커 가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를 고민했다.
한국에서 이미 100일, 돌 사진 촬영을 스튜디오에서 하기도 했지만, 만 5살 기념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스튜디오 촬영은 한국보다 촌스럽다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허다하다. 운 좋게도 리즈너블한 가격에 한국 같은 멋진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한 적당한 타이밍에 예약이 됐고, 덥디 더운 7월의 어느 날, 시치고산 촬영을 하고 왔다.
[장소 정보] 스튜디오 앙쥬(スタジオアンジュ)
가장 가까운 역 유텐지역(祐天寺駅)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정말 의외인데 일본에서 가족사진 촬영이나 결혼사진, 시치고산 촬영 같은 사진을 보다 보면 꽤 촌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된다.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아이의 백일, 돌잔치 사진 촬영 경험이 있다 보니 더 그럴 수도 있는데 일본의 사진 촬영은 너무 형식적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빨강, 깜장, 금색 혹은 파란색 이렇게 원색적인 느낌의 사진 촬영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이 시치고산 촬영을 망설이기도 했었는데, 스튜디오 앙쥬 라는 곳에서 사진 촬영한 것을 보고 여기라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일단 예약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주 한국과 비슷한 느낌으로 센스 있게 촬영을 해 주고 있었다. 마치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정도랄까.
날이 무척 더운 날이 촬영 날이 되어버려서 가면서도 참 걱정이 많았다. 가장 가까운 역은 유텐지(祐天寺)라는 메구로구(目黒区) 지역에 있는 역인데, 우리는 히비야선(日比谷線)을 타고 나카메구로(中目黒)역에 도착해서 아이의 컨디션을 생각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대로 걸어가다가는 아이가 촬영도 하기 전에 힘들어서 일부러 회사도 쉬고 온 건데, 모두가 이 일정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더운 날씨였다. 한낮의 최고기온이 36도 예상되는 날씨였는데, 촬영 시간이 오후 3시 반이라서 지반이 가장 덥혀져 있는, 어찌 보면 가장 더운 시간대였다.
나카메구로역에서 택시로 약 5분 정도 걸려 스튜디오에 도착해서는 조금 놀랐다. 어떤 회사 건물 같은 곳에 촬영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완전 주택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옛날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스튜디오로 사용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이름이 바깥에 나와있지 않다면, 그냥 일반인들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가기 딱 좋다.
벨을 눌러서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사실 너무 더웠기 때문에 시원한 실내를 기대했지만, 에어컨은 그렇게 시원하게 틀어놓은 상태는 아니었다. 온도 차이가 심하면 오히려 몸에 안 좋을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는 그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너무 더웠기에 일단은 음료도 하나 챙겨주지 않은 채 바로 준비실로 안내해 주면서 기모노를 고르라고 안내해 주는 스텝이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이곳은 일본이니 일단 지나갔다.
5종류 정도의 남자 기모노가 색깔과 디자인에 따라 나뉘어져 있었는데, 아이와 함께 어떤 걸로 할지 고를 수 있었다. 평소에도 파란색을 좋아하는 아이라서 나의 예상대로 아이는 파란색 상의를 선택하고, 스텝의 추천에 따라 약간 금빛이 도는 하의까지 골랐다.
한국의 한복도 그렇지만, 일본의 기모노도 혼자 입기 굉장히 어려운 옷이다. 일단 속옷부터 갖춰 입어야 하고, 옷 여밈의 순서가 정해져 있어서 젊은 친구들 중에는 기모노를 혼자 입지 못해서 수업을 해주는 곳까지 있다. 이곳에서 촬영을 많이 했을 듯도 한데, 안내를 해주던 스텝이 아이에게 기모노를 입혀주다가 갑자기 잘못됐다고 하면서 다시 다 풀러 헤치고 처음부터 다시 입히는 과정이 있었다. 날씨도 더웠고, 아이도 지쳐가고, 실내가 그렇게 시원하지도 않고, 아이는 점점 두꺼운 기모노를 입어가는데 거의 다 입어가는 중에 다시 다 풀다니. 또 한 번 실망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이 시간도 인내하며 넘어갔다.
촬영을 위해서 아이의 머리도 한번 만져주었다. 고데기 첫 사용하는 아이는 살짝 긴장한 듯도 했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를 잘 활용해가면서 아이의 머리까지 잘 세팅하고 나면! 드디어 시치고산 촬영이 시작된다.
준비를 해 주던 스탭이 두번이나 실망을 안겨주긴 했지만, 촬영이 시작되면서 그런 마음이 싸악 사라지는 순간이 있기도 했다.
사진 촬영을 해주는 분이 있고, 계속 준비를 도와주던 스텝이 촬영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아이의 시선을 끌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는데, 굉장히 여러 가지 장난감과 아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물어보면서 촬영을 진행해 주었다.
평소에도 촬영시에 많이 사용하는지, 공룡 인형을 어딘가에서 가져와서 공룡을 이상하게 날린다든가, 아이에게 주먹으로 한 대 꽁 때려줄까?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유도했다. 만 5살, 이 나이대의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이 본인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노는 것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느낀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듯했다.
4가지 정도의 콘셉트로 아이에게 포즈를 알려주고 촬영을 진행했는데, 스텝이 애써준 덕분에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아이는 굉장히 신나 했고 재미있게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한국처럼 그날 촬영한 사진의 원본을 한번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다. 사진 정리를 하는 동안 10여분 정도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이에게 수고했다고 하면서 과자와 음료수를 준비해 줬다.
약 30장을 따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보내준다고 하는데, 직접 파일을 받기까지는 1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한국처럼 액자를 만들어주는 건 유료 옵션이었는데, 굳이 액자까지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주문하지 않았다.
현재 나이대에, 현재 살고 있는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이벤트였기에 꽤 비싼 금액(약 2만 엔이 넘는 금액이었다.)으로 촬영을 진행했지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혹시라도 다른 나라에서 살게 되더라도, 이때 일본에서 살았었고, 이런 이벤트가 있었다는 걸 추억한다든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또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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