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정도는 찾게 되는 메이지신궁. 일본인들에게는 과거의 천황을 모시는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 되겠지만,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아주 잘 만들어진 인공숲을 한 번씩 돌아보고 싶은 풍경이 잘 가꿔진 곳이다.
일본에서 어떤 신사를 가든지 일본인과 외국인을 구분할 수 있는 특별한 포인트가 있는데 바로 처음에 들어가는 토리이(鳥居)에서이다. 이 토리이가 신사로 들어가는 문이 되면서 이 문을 지나면 신의 영역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은 가볍게 목례를 한다거나 허리를 구부려서 인사를 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인사도 하지 않을뿐더러 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지나간다. 우리 가족도 둘째 아이를 데리고 메이지신궁에 간 건 처음이기에 이 거대한 토리이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고 들어갔다. 이미 일본에서 산지 16년이 지났지만, 관광객의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메이지신궁에서 산책을 하면서 숲 냄새도 맡고, 키가 큰 나무들에 둘러쌓여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산책을 마치면 배도 고프고 밥을 먹을 시간대가 되었다. 계획으로는 하라주쿠 근처에 새로 생긴 쇼핑몰이 있기에 그곳에 가서 먹으면 되지만, 언제나 항상 그렇듯이 메이지신궁 바로 앞에 있는 하라주쿠 역부터 이동할 때는 사람으로 붐비기 때문에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약간 경사져있는 이 길을 지날 때 하라주쿠역에서 움푹 파여있는 메이지신궁마에 역 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사람들의 머리 뒤통수가 개미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것처럼 보이기도 할 만큼 엄청난 인파가 이곳을 오고 지나간다. 우리도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이곳을 지나가야 계획한 쇼핑몰로 갈 수 있다.
도쿄의 이곳저곳에서 재개발을 진행중이기에 공사를 아직 하고 있는 곳도 많지만, 차례차례 새로운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새로 생긴 하라주쿠의 새 건물은 토큐 플라자하라주쿠 하라카도(東急プラザ原宿ハラカド)라는 곳이다. 아마도 10여 년 전에 일본 하라주쿠에 관광을 와서 콘돔을 파는 가게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곳은 예전에는 그 콘돔이 파는 가게가 있는 곳으로 유명했던 곳인데, 그 자리에 현재는 커다란 쇼핑몰이 생겼다.
[장소 정보] 도큐 프라자 하라주쿠 “하라카도” 東急プラザ原宿「ハラカド」
2024년 4월에 오픈한 쇼핑몰. 지하에는 목욕탕이 있다.
東急プラザ原宿「ハラカド」 | 東急プラザ
「東急プラザ原宿「ハラカド」」公式サイト。原宿「ハラカド」の施設情報、ショップ情報、フロアマップ、アクセス、イベント、ポイントカードをご案内。東急不動産のショッピングセン
harakado.tokyu-plaza.com
이 쇼핑몰의 지하에는 아주 특이하게도 목욕탕이 새로 생겼다.
관광객이 너무 많은 지역이다 보니, 목욕탕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 이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선시되고,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는 따로 정해져 있다고 하니, 이용 시에는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만 5살 형아는 덥지만 열심히 걸었고, 만 1살 아기는 덥다, 배고프다 칭얼 대면서 유모차에서 난리인데 이 사람, 저 사람을 요리조리 피해서 무사히 쇼핑몰까지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새로운 가게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엄청 많았지만, 우리는 위층에 있는 레스토랑 플로어까지 곧바로 직진했다. 일단 애들을 먹여야 한다!
레스토랑은 5층과 6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계단 광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신주쿠 쪽을 향한 해가 지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시간대라서 사람들이 꽤 몰려있었다.
레스토랑은 굉장히 여러 스타일의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한국에서 벌써 1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는 깐부치킨 가게도 있었다. 한국 치킨 집을 가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지만 이곳에서만 특별히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바퀴 돌면서 가게를 골랐다. 아기가 다행히 울다가 지쳤는지 잠들어서 레스토랑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을 하다가 돈카츠를 좋아하는 첫째 아이가 잘 먹을 수 있는 돼지고기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메뉴를 보니 일본식 삼겹살 메뉴가 있었다. 메뉴 이름은 와후 삼겹살(和風サムギョプサル) 어디 한번 먹어보자.
금액대가 저렴하지 않았기에 메뉴를 고르는 게 꽤 망설여지긴 했지만, 우리는 일본식 삼겹살을 고르고 조용히 그리고 얼른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삼겹살 세트의 1인 메뉴가 7500엔!이다. 도대체 얼마나 잘 나오는지 기대되는 금액이었다. 하라주쿠에서 이 정도 금액대의 음식을 먹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여기까지 나왔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을 먹는건 언제나 기대되는 일이다.
그리고 나왔다. 그리고 아주 실망했다.
일단 우리가 이미 한국인이고 오리지널 본토의 삼겹살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양이 너무나 적었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심지어 불판에 굽는 것도 아니었다. 삼겹살은 적당한 기름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기름을 튀기면서 먹는 돼지고기 요리이거늘, 일본식이라는 이름으로 이걸 한번 뚜껑을 덮어서 익히는 과정이 있었다. 세상에. 심지어 양도 적은데. 굽는 데는 또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금액대에 비해서 아주 실망스러운 디너였지만, 잠이 깬 아가와 형아는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고기라고 아주 잘 먹어주었다. 그래, 애들이 그나마 잘 먹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이런 가게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게 정보] PRETTY PORK FACTORY & KATSU プリポー
PRETTY PORK FACTORY & KATSUプリポー 新宿・原宿 | 希少な銘柄豚に出合えるお店
新宿歌舞伎町・原宿で出合う希少な銘柄豚のしゃぶしゃぶ・サムギョプサル・とんかつ。銘柄豚と料理の、最高の相性に出会える場所です。日本中に美味しい銘柄豚は数あれども、本当に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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