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아 휴직을 끝내고 작년 2021년 4월부터 일을 다시 시작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풀 재택근무 기간이었다. 남편은 이미 2020년 3월부터 도쿄의 웬만한 IT회사는 재택근무 체제도 돌입하면서 그때부터 재택근무를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남편과 내가 다니는 회사의 차이점이 있다면, 재택근무에 대한 규칙이 서로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다니는 회사뿐만이 아니라 현재 일본에 있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로 발칵 뒤집어졌을 때는 긴급하게 재택근무 체제로 들어섰다. 원래 재택근무라는 제도를 사용하지 않고 있던 회사였는데, 갑작스럽게 몇 명의 간부를 빼고는 대부분의 전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강요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몇 가지 발생했다. 재택근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는 하지만, 재택근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예로, 젊은 세대 중에는 도쿄의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인터넷은 스마트폰으로 모두 대체하고 본인이 사는 집에서는 인터넷 연결을 안 하고 사는 젊은 세대가 몇 명 있었나 보다. 그들은 집에서 밥도 해 먹지 않고 정말 잠만 자고 낮에는 회사에서 생활하고,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강요받게 되면서 집에서는 인터넷을 할 수 없으니 출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우왕좌왕하면서 긴급하게 재택근무를 강요한 회사에서 그것을 유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에는 그만둘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다.
두 번째 예로, 중년의 가장 중에 집에서 자신의 공간이 없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려버렸다. 지금까지는 낮에는 회사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집에서는 밥만 먹고, 잠만 자던 사람이다. 가정 안에는 이미 성장한 자녀들도 학교에 가지 않고 본인의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잠만 자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본인의 책상이나 일할 공간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중년의 그분은 회사에서는 과장이라는 체급도 있었고, 회사에는 본인의 공간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집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없는 것이다. 집에서 재택근무라는 게 생소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처음에는 잠시만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접이식 상을 놓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서 그 사이에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에 걸리고 말았다. 몇 개월 사이에 체중은 20킬로 이상이 빠지고, 키보드로 대부분의 일을 하게 되는데 손이 계속 떨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울증이나 집안 문제로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대처 방법이 몇 개월 후에나 나왔다. 상사와 의논을 거쳐 허가를 받은 사람만 출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나보다 큰 회사에 다니고 있는 남편은 사실 코로나 중에 한 번의 전직을 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전직을 한번 하고, 코로나 중에 또 한 번의 전직을 거쳐 현재는 꽤 큰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코로나 전에 전직한 회사를 1번 회사, 코로나 중에 전직한 회사를 2번 회사로 지칭해보겠다.
1번 회사의 경우,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에 전직을 한 경우인데 이미 자택 근무를 도입한 회사였다. 생긴 지 몇 년 안 된 스타트업으로 일본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살면서 리모트로 근무하는 직원도 몇 명인가 있다고 했다. 본인이 원하면 출근해도 되고, 재택근무를 해도 되는 형태의 회사였던 것이다. 오피스 자체가 작은데 회사가 커지다 보니, 회사 내에서 자택 근무를 권장하기까지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진 후로는 대부분은 자택근무를 하는 형태로 바뀌고, 그중에도 회사에서의 근무를 원하는 사람들은 출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회사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리모트 근무, 자택 근무 등 지칭이 다르기도 하고 실제로 회사마다 규율이 다르다.
회사에 따라 4가지 형태로 나뉘고 있다. 어떤 회사든지 IP 제한을 하지 않는 한 [해외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풀 리모트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의 규칙이라고 하면서 집이 아닌 리모트 근무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는 회사들도 있다. 현재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그렇다.
그런데 남편이 다니던 1번 회사도, 2번 회사도 상사의 허가 안에서 해외에서도 접속이 가능한 풀 리모트 근무를 하는 곳이다. 대부분은 국내에서만 접속이 가능한 리모트 근무를 하고 있는데 우리같이 외국인이 잠시 본가에 다녀온다거나 할 때 코로나 중에는 격리 기간도 있기에 해외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도록 허가를 하는 회사가 많이 늘었다.
국내에 있는 어디라도 접속이 가능한 리모트 근무를 할 경우에는 지방에 놀러 가서 리모트 근무를 하는 워케이션 같은 활동도 늘어났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리모트 근무를 권장하는 회사를 다니다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코로나 중에 2번 회사로 전직을 한 남편은 모든 면접, 100% 모두 온라인 면접으로 진행되었다. 1번 회사로 전직을 할 때는 직접 면접을 가야 했기 때문에 꽤 고생을 했는데 온라인 면접으로 진행하다 보니 옷만 잘 갖춰 입으면 되는 편리함은 있지만, 긴장감은 더 있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언어 전달을 하는 데 있어서 긴장감이 더 있었다고 한다.
현재 남편이 일하는 회사는 전국 단위의 체인점이 있는 꽤 큰 규모의 대기업이다. 대기업일수록 리모트 워크에 대한 규제가 심한 곳이 많은데, 야후같이 오히려 통 크게 「どこでもオフィス(어디든지 회사)」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큰 회사도 있다.
일본 야후(ヤフー)에서 진행하고 있는 どこでもオフィス(어디든지 회사)에 대한 뉴스
ヤフー、リモートワーク制度「どこでもオフィス」の利用状況を発表。130名以上の社員が飛行
about.yahoo.co.jp
일본은 코로나로 인해 IT후진국인 것이 들통나면서 개발 쪽 인력을 보충하고 더 키워나가는 회사가 굉장히 많아졌고, 현재도 인력이 부족한 상태이다. 원래부터 젊은 층이 노년층에 비해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외국인 유입을 유도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외국인 유입이 어려워지면서 기본 경력직의 개발자 연봉이 엄청 올라가고 있다.
남편이 현재 다니던 곳도 원래는 제한된 자택 근무를 도입했다가 코로나와 함께 개발 쪽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도를 바꿨다고 한다. 야후 같이 일본 국내 어디든지 제한 없이 리모트 워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변경했다. 근무지인 본사는 사이타마현(埼玉県)이지만,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일본 전국 여기저기에 살고 있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서 리모트 접속을 해서 근무를 하고 있다.
출근을 하는 날도 정말 가-끔 있다. 남편이 전직을 한지 벌써 10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지금까지 딱 3일 회사로 출근을 했다. 첫 출근날은 계약서 작성과 함께 컴퓨터 세팅과 회사 룰에 관한 기본적인 숙지사항을 받는 날이었고, 이틀은 남편이 꼭 직접 참가를 해야 하는 세미나를 위해 모두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출근했다. 교통비는 당연히 회사에서 지급된다.
출사(出社)를 꼭 해야 하는 날에는 회사에서도 미리 공지를 해주고, 올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한 다음, 필요할 경우에는 1박을 할 수 있도록 호텔도 잡아준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집에서 자는 게 편하다면서 이틀을 연속으로 신칸센으로 출퇴근을 하고, 교통비를 청구해서 받을 수 있었다.
남편이 다니는 회사는 이미 리모트 근무에 대한 제도가 자리를 잡았고, 전국 여기저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에 엔데믹이 되어도 자택 근무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 같은 경우, 자택 근무 일수를 점점 줄이고 있다.
작년에 한창 코로나의 끝이 보이지 않던 시절에는 한 달 내내 풀 자택 근무를 했었는데, 이게 2022년 연초부터 일주일에 1번만 자택 근무로 바뀌더니, 이번 달 10월부터는 한 달에 두 번만 자택 근무가 가능하다는 공지가 내려왔다.
원래부터 본인의 집에서만 근무가 가능한 회사였기에, 아마도 엔데믹이 되면 매일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 같다는 소문이 사내에서는 만연하다. 이미 리모트 근무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 중에서는 우리 회사를 그만둔 사람도 올해 몇 명이나 되고, 12월 안에 그만 둘 예정인 사람도 여러 명 있다.
아마도 IT업계는 앞으로 리모트 근무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사원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신입 사원은 능력 있는 선배 밑에서 직접 배우고 싶어서 한동안은 회사로의 출근을 원하겠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되고 능력 있는 직원들 중에 리모트 근무의 맛을 알게 된 후로는 회사로 출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회사로 출퇴근하는 동안의 체력 낭비, 시간 낭비, 그리고 사람들을 대면하면서 맞춰야 하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IT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계속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전직은 굉장히 쉬운 편이다. 약간의 귀찮은 작업(이력서 작성과 몇 번의 면접 등등)만 통과하면 급여도 올라가고 본인이 원하는 조건에 따라 전직할 수가 있다.
나도 남편도 IT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앞으로 어떤 식으로 회사의 모습이 바뀔지 정말 기대된다. 능력 있는 남편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디즈니랜드, 디즈니씨 예약하기...할인 티켓 사기 참 힘들다. (0) | 2022.10.19 |
---|---|
일본에서 맛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배(梨) 종류 (0) | 2022.10.14 |
임신 초기에 비행기 타기, 정말 괜찮을까? 결국에는 비행기 타고 한국 다녀왔습니다. (2) | 2022.10.06 |
2022년9월7일 이후에 일본 입국할 때 필요한 것들 (0) | 2022.09.22 |
2년만에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생활 비교 (4) | 2022.09.20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