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월에 한국에 다녀왔던 일정은 이미 5월부터 계획을 하고 티켓팅을 마친 상태였다.
2월에 유산 후 마음을 추스를 겸 4월에는 처음으로 오키나와(沖縄)도 다녀오고, 국제적으로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 한국과 일본도 조금은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건 9월쯤이 아닐까 싶어서 미리 예약을 했던 것이다.
2022.04.20 - 아이와 함께 오키나와(沖縄) 여행 : 처음 가는 오키나와, 그리고 공사 중인 슈리성(首里城)
아이와 함께 오키나와(沖縄) 여행 : 처음 가는 오키나와, 그리고 공사 중인 슈리성(首里城)
일본에 10년 넘게 살면서 오키나와(沖縄)는 처음 가 보았다. 지금까지 왜 안 간 걸까? 물론 여행을 가 본 지역보다 여행을 안 가본 지역이 훨씬 많긴 하다. 하지만 일본의 대표 여행지이기도 한 오
cometoe52.tistory.com
그런데 중간에 나의 변덕으로 난임 활동을 다시 시작하고, 원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한 번에 임신이 될 거라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한국에 가야 하는데 임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필이면 한국에 가는 예정일이 딱 임신 7주가 되는 날이고, 돌아오는 예정일이 딱 9주가 되는 날이었다. 2월의 유산은 8주 때에 유산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에 가는 일정이 엄청나게 고민되었다. 아픈 기억이 있는 시기였기에 타이밍이 정말 너무 별로였다.
정말 이 생각을 임신이 확인된 순간부터 출발하기 전날까지 매일 반복했다. 티켓을 취소할 경우를 알아보니, 출발 전날까지 취소하면 한 사람당 1만 엔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고 한다. 언제 취소하든 수수료가 똑같았기에 출발하기 전날까지 고민해보기로 했다.
임신 4주 때부터 이미 입덧을 시작했기에 점점 심해질 입덧도 걱정이고, 이미 입덧과 함께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불안함 마음을 안고 그냥 한국을 가는 게 정말 괜찮을까? 하지만 어차피 휴가를 쓰기 때문에 일을 안 해도 되고, 남편도 며칠 쉬면서 아이를 같이 봐줄 것이고, 한국 가면 그동안 먹고 싶었던 것들도 먹고 싶고. 여기저기 가고 싶기도 하고. 이런 기분이 더 많이 들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해외에서의 리모트 근무가 허가되지 않지만, 남편은 허가가 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도 며칠간은 리모트 근무를 할 예정이었다. 보육원(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파워 충만한 만 3살 우리 아들과 내가 낮 시간을 과연 평화롭게 잘 보낼지가 굉장히 의문이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등등이 예뻐해 주니 괜찮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보기도 했다.
남편과 여러 번 상의하면서 이번에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든 선택을 나에게 맡기겠다면서, 한국 가면 이거 먹고 싶다, 이거 먼저 주문해놔야겠다라면서 쿠팡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당신도 가고 싶긴 하구나...
산부인과에 통원하는 날에 선생님께 여쭤보기도 했는데, 의사 입장에서는 만삭이 아닌 이상 비행기 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당연히 선생님이 결정해줄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뉘앙스의 말을 듣게 되니 나 또한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남편이 근무일을 줄이는 안으로 결정을 하게 되면서 결국에는 출발 이틀 전에 확정을 지었다. 한국에 가는 것으로~!
코로나 때문에 잠시 한국에 피난을 다녀온 이후로 2년 만에 가는 한국행이다! 잔뜩 기대에 차 있었고 몸에 무리가 없도록 낮 비행기로 예정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비행기가 활발히 다닐 수 없는 때라서 오전 비행기로 시간이 변경되어 있었다.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바뀌면서 새벽부터 짐을 끌고 하네도 공항으로 이동했다.
아이도 있고, 임산부 마크를 달고 다녔기에 체크인 시에 승무원이 임산부 체크를 따로 해주기도 했다. 티켓팅을 할 때는 따로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일본항공 승무원이 참 고마웠다.
출국 심사하러 들어가는 중에도 기계를 통해 들어가지 않고 대시 손으로 몸 체크를 당하긴 했지만, 막 주무르는 건 아니고 여자분이 해주셨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이때부터 이미 몸의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한 듯하다.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공복이 되면 입덧이 심해질 것이기에 아주 간단히 과일과 빵을 먹고 나오긴 했는데 택시를 타서인지 멀미와 두통이 심했다. 출국 심사를 끝내고 게이트까지 이동하면서 정말 휠체어가 있으면 좀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아이를 위해서 키즈스페이스가 있는 공간까지 찾아갔는데 다행히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나는 바로 잠깐 쉴 수 있었고, 아이는 땀을 뻘뻘 흘러가면서 열심히 놀 수 있었다.
올해부터 갑자기 비행기가 무서워진 아이는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엄청나게 울기도 했는데, 다행히 남편이 99% 케어를 해주면서 나는 앉아서 좀 쉴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멀미와 함께 비행기 안에서도 울렁거림이 시작됐고, 나는 일부러 기내식을 과일식으로 바꾸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일반 기내식(이 때는 샌드위치가 나왔다.)을 먹기에 음식 냄새에 한번 더 울렁거림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 한국에 도착해서 집까지 또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약간의 멀미를 하고, 집에 오자마자 일단 배달 음식으로 점심을 먹는데 이때가 돼서야 좀 마음이 놓여서인지 괜찮아지는 듯했다.
한국에 도착한 날은 7주 첫 번째 날이었고, 이제 막 입덧이 심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한국에서 출산할 예정이었기에 첫째를 출산했던 병원에 내원하기도 하면서 아기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심장 박동도 좋고 잘 크고 있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족들을 만나면서 외식하는 날도 많다 보니 음식 냄새 때문에 곤란한 적도 많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먹고 싶은 음식도 먹을 수 있었고, 다들 임산부라고 많이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편하게 한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2주 후 다시 일본에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
일본에 돌아갈 때는 항상 짐 싸기가 문제다. 한국에 올 때는 여러 선물을 준비하고 우리가 입을 옷들만 챙기면 되는데, 돌아가라 때는 선물을 주고 남은 빈칸에 우리가 먹을거리, 한국에서 산 여러 물품들로 가득 차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추석도 꼈었기 때문에 아이도 우리도 옷 선물과 신발 등등 언제나처럼 빵빵한 슈트케이스를 들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점심시간 때의 비행기라서 급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역시 이동하면서 멀미가 시작됐다. 차를 타고 공항까지 이동 후 공항에서 잠시 쉬다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이동하고, 똑같이 기내 식사 시간에 냄새에 한번 더 우욱하게 되고, 하네다 공항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오면서도 멀미가 이어졌다. 우리 집에 돌아오고 나서 안도감 때문인지 정말 완전히 뻗어버렸다.
평소에도 우리는 비행기든 열차이든 여행을 마치고 오면 짐부터 바로 정리하는데, 정리하는 도중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인지 어지럽고 정말 토할 것 같았고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한 상태에서 난 그대로 뻗어버렸고, 남편이 아이를 잘 달래가면서 나머지를 정리해주고 같이 씻고 나와 저녁도 둘이 알아서 먹었다. 난 저녁도 제대로 먹기 힘들었다.
2주를 한국에서 이것저것 먹으면서 쉬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다는 아니지만 일본에 있을 때보다는 잘 먹어서인지, 입덧을 시작한 후로 2킬로가 빠졌었는데 한국에 있는 2주 동안 1킬로는 다시 불어나 있었다. 하지만 일본에 돌아오고 2주 뒤에 다시 2킬로가 빠져있었다. 입덧이 계속되기도 했고,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이 정말 몸이 고단했기에 한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누워있기만 했다.
일본에 도착하고 나서도 병원에 내원해서 확인해보니 다행히도 태아는 건강한 상태로 잘 자라고 있었다.
임신 초기에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입덧이 약하거나 입덧이 없는 산모라면 문제없지 않을까 싶다. 나같이 토하지는 않더라도 헛구역질과 함께 두통, 어지러움을 가지고 있다면 사실 말리고 싶다. 이동하면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 보니, 여행을 가더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즐길 수 없는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평소처럼 한국에 자주 왕래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이번 한국행을 취소하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 중에 너무 오랜만에 가는 한국행 이였기에 잔뜩 기대감도 있어서 다녀오긴 했지만, 임신 초기 상태에서는 역시 힘든 일정이었다.
일본에서 맛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배(梨) 종류 (0) | 2022.10.14 |
---|---|
엔데믹은 오는 걸까? 점점 줄어들고 있는 재택근무...도쿄에서 재택근무하기 (2) | 2022.10.06 |
2022년9월7일 이후에 일본 입국할 때 필요한 것들 (0) | 2022.09.22 |
2년만에 한국에 다녀왔습니다. 한국과 일본생활 비교 (4) | 2022.09.20 |
일본에서 스테로이드를 통한 아토피 치료 연고 종류들 (3) | 2022.08.06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