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달에 둘째가 드디어 보육원(어린이집)에 등원하게 되었다. 만 1살은 넘기고 보내고 싶었는데 아주 운 좋게 14개월이 되었을 때 보육원에 등원하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보육원 등원이 확실시되면, 육아휴직 중인 사람은 육아 휴가를 끝내고 그 달 중에 출근을 해야 한다. 현재 이 글을 쓰는 6월 20일 목요일, 나는 다음 주부터 회사에 출근을 시작하면서 '복귀(復帰)'를 하게 된다.
회사에 출근을 하기 전까지 우리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보육원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보육을 시켜준다. 출근할 때부터는 풀타임 근무 시간에 맞춰서 등하원을 하게 된다.
그래서 현재 두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의 나는 정말 엄청나게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시간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그 사이에 가고 싶었던 곳이나 먹고 싶었던 곳, 하고 싶었던 걸 하라면서 등을 떠밀어줬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지만, 6월 초부터 등원을 시작한 둘째가 열감기에 걸리면서 현재 콧물을 질질 흘리고 있기 때문에 언제 보육원에서 "데려가세요."라는 전화가 올 지 모르니 어딘가 전철을 타고 휭 멀리 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며칠전부터 노래방을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굳혔다.
ワンカラ(완 카라, 원+가라오케 의 합성어로 혼자 가는 노래방)라는 노래방이 있다는 걸 언젠가 본 적이 있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부스 형식의 방에 혼자 즐기는 노래방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있으려나 싶어서 검색해 보니 코인 노래방은 있는 듯한데 아직까지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방은 없는 듯하다.
오전에 두 아이의 등원을 마치고, 빨래 널고, 아침에 먹은 그릇들 설거지를 끝내고, 청소도 끝내고, 커피까지 한잔 마신 오전 10시 반! 혼자서 노래방을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은근히 이런 혼자 가는 노래방이 몇 개 체인점이 있었다. 보육원에서 부르면 급히 달려갈 걸 생각해서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가기 위해 알아보니, '완카라(ワンカラ)'라는 이름의 체인점이 집에서 자전거 타고 10분 거리에 있었다. 장소 확인을 하자마자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내가 이용한 건 우에노 지점인데 도쿄 안에 몇 개 지점이 더 있었다. 항상 자주 이용하는 마루이 쇼핑몰 바로 옆에 위치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었다.
[가게 정보] Wankara Ueno ワンカラ 上野店
공식 HP https://1kara.jp/
ひとりカラオケ専門店 ワンカラ
大人気YouTube企画「THE FIRST TAKE」でも活躍中の『SONY MDR‐CD900ST』がワンカラに大量導入だワン!!! プロの現場で愛され続けているヘッドホンです! 是非、ワンカラで、「プロの音」を感じ
1kara.jp
우에노는 이제야 재개발을 진행하려고 하는 지역으로 재개발이 완료된 우에노역 자체는 그냥저냥 다닐만하지만, 우에노역만 나오면 오물 냄새도 많이 나고 오래된 건물,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점포를 찾아가는 게 여간 맘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곳을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나마 자주 가는 우에노 마루이 쇼핑몰 혹은 파르코는 괜찮긴 한데, 그 주변 모두 오래된 건물들이라서 지나다니다 보면 쥐를 볼 때도 하수구 냄새도 많이 난다.
완카라 노래방은 자주 가는 마루이 쇼핑몰 바로 옆에 위치해서 찾기는 쉬웠다. 아주 오래된 건물에 아주 좁은 그리고 역시나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접수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엘레베이터 버튼은 보니 이 건물에서 아마도 제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건 4층인 건지, 4층 버튼만 숫자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도 날 반기지 않는다. 너무 오전 시간에 노래방을 온 건가 싶었지만, 친절하게도 접수를 원하면 핑퐁을 눌러달라고 쓰여 있었다. 벨을 누르니 바로 옆방에서 1초 만에 점원이 등장했다.
알고 보니 평일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굉장히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금액은 30분당의 요금으로 세금 포함해서 300엔! 30분에 3000원이다! 이런 오전 시간에 노래방을 이용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신판 나게 노래 부르고 갈 수 있다면 올만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엔 여러 가지 옵션 요금이 또 붙는다. 본인의 헤드폰을 가지고 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렌털을 이용해야해서 렌탈 요금이 이것저것 붙는다. 나는 1시간 이용하겠다고 했는데 결국 헤드폰 등등의 옵션 등으로 인해서 800엔 결제가 되었다. 요금 납부는 후불이다.
약간의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앱을 다운로드하고 회원 가입을 하기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빠르게 회원 가입과 함께 이용 안내를 받고, 드링크 바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음주를 할 경우에는 유료로 사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도 본인이 음료를 가지고 오는 것도 가능해서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서 음료를 가지고 와서 마시는 것도 괜찮다고 한다.
아침부터 술은 마시고 싶지 안 않기에 안 마신다고 이야기하고, 드링크바는 어떤가 싶어서 따뜻한 코코아 한잔을 빼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16번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4층 접수처 외에 5층에도 방이 따로 있는 듯한데, 아무래도 평일 오전 시간대라서 그런지 방은 대부분 비어있었고, 오전 11시 전인데도 이미 나보다 일찍 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방음은 잘 되어 있는지 노랫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몇 개 방에 사람이 있구나 정도의 인기척이 느껴지는 정도였다.
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방에 가수들이 음반 녹음할 때 쓸 듯한 마이크와 의자, 스피커, 노래방 기계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요금 한국에서 노래방을 안 가서 모르겠지만, 옛날 내가 다니던 시절에는 노래를 고르기 위해서 책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그런 건 없었다. 내가 정말 너무 오랜만에 노래방에 온 건가? 생각해 보니 거의 10년 만에 온 듯도 하다. 기계로 원하는 노래 혹은 노래 제목을 검색하고 예약을 하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헤드셋을 통해서 마이크로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방 안에 에어컨을 틀어놨기 때문에 몸이 좀 으슬으슬하기도 했는데 따뜻한 코코아를 한잔씩 마실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처음으로 혼자 가는 노래방을 이용하면서 느낀건, 아무런 방해없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게 너무나 좋았다. 다만, 헤드셋을 뚫고 나오는 나의 음 삑사리와 다음노래를 고를 때까지의 정적은 오롯이 나만의 것이라서 그 때는 조금 심심함을 느낄 수도 있다.
정말 노래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을 듯 하지만 사실 기분 좋게 친구들과 왁자지껄 할 수 있는 것도 노래방, 가라오케의 묘미이기 때문에 그런점에서는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서, 외국에 살아서, 아기를 키우고 있어서. 여러가지 이유로 친구가 별로 없는 40대라서 조금 슬프군(?) 이라는 아주 1초 정도의 생각이 들기도 한건 사실이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한국 노래도 꽤 많았고, 정말 오랜만에 간 노래방인데 혼자 간 거라서 노래 부르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부르고 스트레스 발산하고 와서 다행이다.
다음 주부터는... 회사로 출근이다. 아~ (가고 싶지 않다 흑)
일본 천황이 사는 주변을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고쿄런(皇居ラン), 고쿄 러닝 (3) | 2024.11.20 |
---|---|
여름에 도쿄, 오사카, 교토 여행이 힘든 이유 (0) | 2024.07.31 |
한국 출산 후 일본으로(해외로) 출국/입국 하기까지. (2) | 2023.06.23 |
한국 면허를 일본 면허로 바꾸기, 도쿄에서 첫번째 운전면허 갱신하기 (4) | 2023.02.24 |
일본 스타벅스에 대해서 : 스타벅스 앱 모바일 주문, 스타벅스 후쿠부쿠로 (0) | 2023.02.1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