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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수유, 직수만 하는 22개월 아기 단유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단유를 해야한다.

일본 도쿄 생활/일본에서 일상보내기

by 꼬메뜨 2025. 2. 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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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벌써 22개월이라니.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모두 나는 직접 모유수유만 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예민보스였던 첫째 아이는 모유에 꽤 집착하는 모습이었고, 공갈 젖꼭지 무는 법도 모르고 그저 손으로 가지고만 놀았다. 공갈젖꼭지를 좀 활용하고 싶었던 나는 5개 정도의 여러 종류를 사서 시험해 봤는데 모두 허탕이었다. 그렇게 나의 품에서 젖이 장난감이 되고, 안심감을 주는 가장 좋은 자리라는 걸 알아채고 나서는 직접 수유만 계속하게 되었다. 조리원에서는 꽤나 젖병으로 분유도 마시더니, 집에 오고부터는 젖병도 거부하게 되면서 유축한 소중한 젖들을 그냥 버리는 일도 많았기에 오롯이 직접 수유만 하게 되었다.

둘째는 첫째 때의 경험이 있으니 처음부터 유축을 하지 않았다. 첫째 아이보다 그렇게 예민한 성격은 아니였지만, 첫째 때의 경험을 살려 직접 모유수유를 계속했다.

그렇게 첫째 아이는 보육원(일본의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인 1년 10개월을 모유수유하다가 단유했고, 둘째는 현재 1년 10개월에 접어들려고 한다.

형아는 그래도 아가를 예뻐하는 편이여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것저것 참고 있었나 보다. 아기가 이제 찌찌를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갑자기 선언을 해 버렸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하고 물어보니, 아기가 찌찌 먹을 때는 엄마를 더 안아주고 싶은데 제대로 안아줄 수 없고 이제 밥도 잘 먹으니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너무 정확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본인도 1년 10개월까지 모유수유 했었다는걸 언젠가 이야기해서 그걸 기억하는 걸까? 그저 정말 엄마를 더 차지하고 싶어서 그런 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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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각도 들었지만, 이참에 단유를 하자고 남편도 찬성했다. 아무래도 모유수유를 계속 하다보면 아이가 엄마를 찾는 시간도 많고, 새벽에 깨면 찌찌 먹겠다고 아빠와 형아를 밟아가면서 내가 있는 곳으로 지나가는데 그때 잠을 깨거나 하는 날이 종종 있기 때문에 남편은 적극 찬성이라고 한다. 충분히 먹였다. 밥도 잘 먹는다. 우유도 잘 마신다라면서.

 

하지만 난 아직 단유하고 싶지가 않다.

사실 나도 알고는 있다. 이제 단유해도 괜찮다는 것을.

 

첫째 아이에 비해서 순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 음식에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둘째 아이는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 보고, 먹어보고, 싫으면 뱉고, 하지만 대체적으로 여러 가지 잘 먹는 편이다. 첫째 아이는 온 종류의 분유도 다 버리고, 우유도 한동안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둘째 아이는 분유는 안 마셔도 우유는 잘 마신다.

 

하루 세끼, 두번의 간식 모두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그래, 진짜 모유수유는 이제 영양적인 면에서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의 기분이, 그리고 아이의 기분이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하다.

수유하다가 잠든 아기 얼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간 가는게 지루하지 않고, 어쩜 그리 마음이 평온해지는지. 나에게 가장 사치스러운 순간들이다.
수유하다가 잠든 아기 얼굴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간 가는게 지루하지 않고, 어쩜 그리 마음이 평온해지는지. 나에게 가장 사치스러운 순간들이다.

직접 모유수유 오랫동안 한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 품 안의 나만의 작은 새인 것을.

 

어느 정도 크고부터는 침대에 누워서 수유를 하는데, 내 팔베개를 하고 한쪽 손으로 다른 가슴을 만지기도 하고, 내 몸 여기저기를 만지기도 하고, 가끔 쪽쪽 찌찌를 빨아가면서 나를 올려다보고, 엄마~ 하고 불러보고, 내가 이름을 불러주면 싱긋 웃어주는 작은 나만의 아기. 만족할 만큼 먹고 나면 휙 떠나버리곤 하지만, 만족했다는 미소를 날려주고 떠난다.

 

단유를 하고 나면, 그런 모습을, 그 느낌을 다시는 가질 수가 없다.

 

첫째 아이 떼는 갑작스러운 자궁 근종 수술 때문에 갑자기 10일 정도 단유를 했던 적이 있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던 상태에서 나도 아이도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말 엄청 울었다. 찌찌 달라고 아이도 울지만, 주고 싶은데 못 주는 엄마의 마음으로 엄청 울었다. 1년 6개월 정도 때라서 이대로 단유 하라는 친정 엄마의 말도 있었지만, 수술 끝내고 몸이 회복하고 나서 다시 줘버렸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그렇게 4개월을 더 주고 다시 진짜 단유를 할 때, 아빠가 씻고 있을 때 몰래 한 번씩 주거나, 아침에 잠깐 물려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러면 정말 못 끊을 것 같아서 하루 마음 잡고 이제 진짜 안 준다고 하고 그냥 아이가 울어도 굳게 마음먹고 이제 찌찌 없다, 이제 먹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아빠에게 안기도록 유도했다. 그날은 나만 거실에서 혼자 자고, 남편이 아이를 혼자 재웠다. 그런데 둘째 날부터 바로 찌찌를 찾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바로?라는 생각에 서운함도 있었지만, 단유를 하게 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바로 친구와 함께 와인을 한 병 마시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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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도 단유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제는 진짜 끊어야 한다. 친한 일본친구에게 단유를 하기로 했다고 선포하고 술과 함께 런치를 하러 가기로 했다. 

 

내일이 되면, 단유를 하고 난 자유의 몸이 된다. 이제 술을 마셔도 되고, 약 먹을 때도 신경 쓰지 않았도 되고!

 

하지만,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이 기분은 아마도 나이가 들어서도 잊지 못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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